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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걱정인 어르신, 게임 배워보시겠어요

중앙일보 2011.08.29 06:45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이대로라면 3년 안에 치매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손숙희(가명·76) 할머니는 지난 6월 경도 인지기능장애를 진단받았다. 정밀검사에서 성별·교육수준이 같은 또래에 비해 기억력과 시공간 지각능력 등이 낮았다. 치매로 진행되기 쉬운 상태라고 했다. 증상은 1년 전 할아버지와 사별하면서 두드러졌다. 일상생활은 하지만 기억력이 부쩍 나빠졌다. 치매 예방을 위한 방법으로 약물과 함께 컴퓨터 게임이 처방됐다. 할머니는 ‘자신이 없다’며 걱정했지만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말에 참여를 결정했다. 손 할머니는 이후 주 3회씩 30분간 병원에서 게임을 했다.


교육·치료 목적 ‘기능성 게임’ 개발







나이가 들어 경도의 인지기능장애를 보이는 환자가 기능성 게임으로 두뇌 훈련을 하고 있다. [보바스기념병원 제공]







“집중력 높아지고 재미있어 좋다”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훈련도구로서 게임이 유용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재활전문 보바스기념병원 신경과는 동국대 멀티미디어학과 엄기현 교수팀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연구과제로 지난 2년간 치매 노인을 위한 여섯 가지 기능성 게임을 제작했다. 연구팀은 유용성을 검증하기 위해 2월부터 4주간 초기 치매환자 2명, 경도 인지장애환자 3명, 정상 노인 2명 등 8명을 대상으로 매회 30분씩 주 3회 게임치료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집중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능력이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은 재미보다 교육과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기능성 게임(serious game)’이다. 프로그램 구성에 따라 주의력·계산력·추리력·언어력·시공간력 등을 훈련한다. 디지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의 눈높이에 맞춰 개발돼 근력이나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손 할머니는 너구리게임을 배웠다. 땅굴에서 너구리가 튀어나오면 같은 색깔과 모양의 너구리를 찾는 것이다. 제한시간 안에 많은 너구리를 찾아야 점수가 오른다. 또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을 정해진 금액만큼 계산해 바구니에 담는 돈다발게임도 있다. 손 할머니는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는데 한 달쯤 계속하니 게임을 하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재미있다”고 말했다.



 한 달간 게임치료를 받은 할머니는 정밀검사를 다시 받았다. 그 결과 집중력과 관련 있는 뇌의 느린 베타파가 증가하고 인지기능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할 일을 깜빡 잊는 횟수가 줄었다. 무엇보다 잃었던 자신감과 활력을 되찾았다. 손 할머니는 요즘 손녀에게 배운 오락게임에 도전 중이다.



 보바스기념병원 신경과 나해리 진료부장은 “기능성 게임을 하면 저하됐던 뇌기능이 활발해져 경도 인지장애나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춘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노인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게임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학습능력과 상황이해력, 문제해결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층에 알맞게 만들어”



게임은 환자의 상태에 맞게 선택한다. 게임으로 훈련한 내용이 저장돼 환자의 두뇌 변화를 도표나 그래프로 분석하고 측정할 수 있다. 게임 난이도는 의료진이 곁에서 조절해 환자의 성취감을 북돋워준다.



 기능성 게임의 효과 때문에 국내외에서 인지치료에 적용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개발돼 노년층이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나해리 부장은 “치매 유병률은 고령일수록 높아져 65세 이상에선 7~10%지만, 85세 이상에선 35~40%에 이른다”며 “현재 65세 이상인 노인층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필요한 훈련은 알차게 담되 게임은 단순하게 구성했다. 화면만 간단히 터치하도록 한 것이다. 게임 방법도 알아보기 쉽게 화면에 크게 표기했다.



 보바스기념병원 고석범 병원장은 “고령층 두뇌발달에 도움이 되는 인지기능 치료 및 재활 도구를 개발해 국내는 물론 세계로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보바스기념병원은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서울대병원과 함께 지식경제부의 연구과제를 받아 인터넷 기반의 장노년층 인지능력 유지 및 향상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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