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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 쑤시고 구역질 잦은데, 혹시 다발성골수종?

중앙일보 2011.08.29 05:58 건강한 당신 2면 지면보기



10년새 환자 2.5배 이상 증가



다발성골수종 환자의 혈액 현미경 사진 핵이 한 쪽으로 치우친 형질세포(보라색) 수가 많이 발견되는 특징이 있다.



“지금도 누가 밀면 힘없이 쓰러져요.” 전남 순천시에 거주하는 이우근(67)씨는 다발성골수종(多發性骨髓腫)을 11년째 앓고 있다. 1999년 어깨가 아플 때만 해도 그의 인생이 180도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 의사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1년 뒤 호흡곤란 때문에 전남대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그는 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오래 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머리카락도 다 빠져 삶의 의욕도 잃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속담처럼 때마침 등장한 신약 덕분에 그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암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 수치는 신약 복용 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씨는 지금도 한 달에 4회 치료제를 한국희귀암센터에 신청해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25년 전보다 사망률 33배 늘어



다발성골수종은 골수에서 항체를 생산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形質細胞)’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혈액질환이다.



 문제는 다발성골수종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발표된 한국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다발성골수종은 연평균 893건 발생했다. 전체 암 발생 중 0.5%만 차지하는 희귀암인 셈이다. 하지만 2001년 1700명 정도에 불과했던 환자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현재 5000명을 넘어섰다(대한혈액학회). 10년 사이 2.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사망률도 크게 높아졌다. 가천의대 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재훈(대한혈액학회 다발성골수종연구회위원장) 교수는 “전체 암 사망률은 25년 전보다 2.3배 증가했지만 다발성골수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같은 기간 33배나 늘었다”고 말했다.









척추압박골절 증상이 나타난 환자 MRI 영상 다발성 골수종은 혈액암의 일종이지만 뼈에 이상 증상이 잘 나타난다.



고령자가 많이 걸리고 진단 어려운 병



우리나라 환자는 급속한 고령화와 산업발전 때문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발성골수종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고령과 환경물질 노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는 “실제 국내 다발성골수종 환자의 평균 연령은 1980년 58세에서 2010년 67세로 늘었다”며 “이외에도 서구식 식습관으로 바뀌면서 비만 인구가 늘고, 다이옥신 같은 환경물질에 노출되면서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발성골수종은 혈액암의 일종이지만 뼈에 이상이 잘 생기는 독특한 암이기도 하다. 뼈에 잘 침범해 통증이나 압박골절이 잘 일어난다. 이 때문에 발병 초기에 단순한 관절염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정형외과에 가더라도 허리 통증으로 진단해 진통제 처방을 받기도 한다. 암세포로 인해 정상 혈액세포가 만들어지지 않아 빈혈이 오거나 멍이 잘 들기도 한다. 또 잇몸에 피가 나거나 폐렴 증상이 생긴다.











신약 항암제 월 1200만원 … 보험 적용 안 돼



과거에는 다발성골수종에 걸리면 평균 3년 정도 생존했다. 하지만 새 항암제 개발로 생존기간이 길어졌다. 이재훈 교수는 “ 표적치료제 ‘레블리미드’가 등장하면서 환자의 생존기간이 1.5~2배 정도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작용 원리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암세포를 직접 죽인다. 둘째, 암 전이를 막기 위해 혈관 생성을 억제한다. 마지막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돕는다.



 문제는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월 1200만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김진석 교수는 “다발성골수종은 재발 가능성이 높고 완치 개념이 없는 질병이지만 최근 이런 고정관념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항암제의 보험급여가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비급여로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환자를 접할 때 의사로서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혈액암협회에서도 비용 부담을 줄여달라는 의견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복지부에 전달한 상태다.

권병준 기자





다발성골수종=체내에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항해 싸우는 ‘형질세포’가 골수에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혈액질환. 고령자에게서 많이 생기는 특징이 있다.

다발성골수종 주요 증상
● 빈혈 적혈구의 감소로 유발. 피로, 호흡곤란, 두통의 원인이 됨

● 뼈 손상 골수종 세포가 뼈에 축적되면서 통증 유발. 주로 척추와 늑골에서 통증을 느낌

● 신장 손상 소변량 감소. 몸이 붓거나 신장 기능 장애로 이어짐

● 혈소판감소증 지혈이 잘 되지 않아 과다출혈 위험이 있음

● 고칼슘혈증 뼈가 융해되면서 뼈 안의 칼슘이 혈류로 유입. 식욕 감퇴, 오심, 구토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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