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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괴벨스’ … 세계를 속인 카다피

중앙일보 2011.08.29 01:44 종합 14면 지면보기



“25년 전 미군 폭격에 죽었다던 양녀 한나, 의사로 활동”



괴벨스



25년 전인 1986년 4월 미군이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69)의 관저를 폭격했다. 베를린 나이트클럽에서 리비아 요원들이 폭탄 테러를 벌여 미군 2명이 숨지자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보복 차원에서 공습한 것이었다. 카다피는 이 공습으로 양녀 한나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목숨을 잃은 한나를 기리며 관저가 자리한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 안에 추모시설까지 만들었다. “미국에 저항했던 정신을 잊지 않겠다”며 미군기를 움켜쥔 주먹 모양의 동상도 세웠다.



 하지만 시민군이 장악한 이 요새에서 한나가 지금도 버젓이 살아 있으며 트리폴리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의 인터넷판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나가 트리폴리에서 의학을 공부했으며 4년 전에는 같은 도시의 영국문화원에서 영어 수업을 들고 A학점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영국문화원은 “당시 트리폴리에서 한나 카다피라는 학생이 등록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에 착수했지만 리비아 측에서 카다피가 한나를 추모하기 위해 또 다른 딸을 입양해 똑같은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설명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요새에서는 ‘한나 무아마르 카다피’라는 아랍어 서명이 있는 리비아 의료기관의 시험지도 나왔다. 그리고 한나로 추정되는 젊은 여성의 여권 사진이 카다피의 친딸인 아이샤 사진과 함께 보관돼 있었다.



 세계를 속인 카다피의 거짓말은 “거짓말도 반복하면 믿게 된다”며 거짓 선전을 일삼다 자멸한 나치 독일의 선전상 요제프 괴벨스(1897~1945)를 연상케 한다. 데일리 메일은 “서방 세계에 대한 증오를 채찍질하고, 리비아 국민들에게서 동정심을 사려는 계략이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카다피가 시민군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면 스스로를 황제나 왕으로 선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에 있는 아랍어 신문 아샤라크 알아우싯은 “ 리비아 총리의 사무실에서 입수된 7월 15일자 내부 문건에 ‘ 그를 왕이나 황제로 선포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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