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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 3500원, 세탁 1000원 … 살림 돕는 착한 가게들

중앙일보 2011.08.29 01:39 종합 20면 지면보기



물가 인상 이겨낸 비결은 …



미미세탁소 (양천구 목동) 정장 한벌 4000원











이레이발 (종로구 낙원동) 커트 3500원, 염색 5000원











유명스튜디오 (용산구 남영동) 증명사진 36장 9000원



본지가 사진관·이발소·세탁소·목욕탕 등 대표적인 서민 밀착형 가게들을 조사한 결과 물가상승 부담을 손님에게 떠넘기지 않는 ‘착한 가게’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이들의 공통적인 키워드는 두 가지다. ▶운영비 절감을 우선하는 자세 ▶고객과 쌓은 오랜 신뢰였다.



 서울 남영동 숙명여대 앞 ‘유명스튜디오’는 9000원에 증명사진 36장을 인화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1000원 오른 가격이다. 다른 사진관에서 50만~70만원까지 받는 가족사진은 액자 포함, 15만원이다. 48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양동주(73) 사장은 “인화지 가격이 많이 오른 건 사실이지만 36장 인화 원가는 5800원 정도다. (다른 가게처럼) 1만5000원씩 받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양씨는 몇 해 전 한국사진관협회로부터 “왜 혼자 가격을 올리지 않느냐”는 압력을 받았지만 버텼다. “돈 없는 학생들에게 비싸게 받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견뎠죠. 덕분에 30년 전에 증명사진을 찍은 학생들이 대기업 임원이나 고위 공무원이 돼 다시 사진을 찍으러 와요. 가족같이 생각하는 거죠.”



 면목동 SBS사진관도 ‘착한 사진값’을 8년째 유지하고 있다. 증명사진 10장에 8000원. 주변 사진관들에 비해 3000~5000원 싸다. 박조기(57) 사장은 “사진도 박리다매가 가능하다. 손님이 많아 가격을 안 올려도 큰 문제가 없다”며 “장사를 1~2년 할 게 아니라면 당장 물가에 따라 가격을 올리기보다 장기적으로 고객과 신뢰를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10여 곳의 업소가 밀집한 종로구 낙원동 ‘이발소 거리’에선 3500원이면 커트를 할 수 있다. 이 중 ‘이레이발’은 14년째 ‘커트 3500원, 염색 5000원’이다. 조천수(50) 사장은 “일부 손님은 ‘남는 게 없겠다’며 돈을 더 내기도 한다”며 “이발은 임대료와 인건비 외에 별 돈이 안 들어 물가에 큰 영향을 안 받는다”고 설명했다. 4년째 단골손님인 김기태(54)씨는 “집이 도곡동인데도 꼭 여기 온다. 이발에 염색까지 1만원도 안 드는 데다 질적인 차이도 없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영등포구 ‘서울이용원’은 이발 요금이 3000원이다. 임형대(72) 사장은 지난해까지 한 방송국 구내이발소를 운영했다. 당시 가격은 8000원. 위탁경영이라 가격이 정해져 있었다. 임씨는 ‘이발을 1만원이나 받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지난해 이곳에 ‘3000원 이발관’을 차렸다.



 ‘정장 한 벌 4000원, 와이셔츠 한 장 1000원’을 유지하는 세탁소도 있다. 양천구 목동 ‘미미세탁소’. 비결은 부자재 재활용이다. 남미경(35) 사장은 “옷걸이 등을 꼭 다시 받아와 재활용한다. 가격이 싸니 손님들도 이해해 주신다”고 말했다. 강남구 ‘수서크린 세탁소’도 5년째 정장 한 벌에 4500원이다. 이동기(35) 사장은 “부자재와 기름값이 지난해에 비해 10% 정도 올랐지만 아직 가격을 올릴 정도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밖에 8년째 요금 4000원인 강서구 화곡동 ‘정수대중탕’도 ‘고마운 가게’다. 이정생(72) 사장은 “목욕탕이야말로 동네 주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 서민가게다. 가격을 올리면 서민의 고통은 그만큼 커진다’고 말했다.



서울시 물가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업소별 가격 정보에 따르면 서대문구 홍제동의 ‘마을탕’ 등 서울 시내 ‘목욕비 4000원’ 업소는 10여 군데였다.



 중소기업연구원 남윤형 박사는 “가격인상을 참는 몇몇 소상공인 노력이 물가안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의 인내에 기대는 게 아니라 지자체 등에서 적극 홍보해 주는 등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형석 기자·현혜란 인턴기자(연세대 영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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