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일 병합 무효선언 그리고 1년 “서구 지성들 서명 받겠다”

중앙일보 2011.08.29 00:57 종합 28면 지면보기



다시 열리는 한·일 지식인 회의
“패권주의 청산은 글로벌 과제…세계 지식인 회의로 모임 확대”





지난해 5월10일,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 200여 명이 ‘한국 병합 100년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에서 109명, 일본에서 105명이 참여해 “일제의 한국 강제병합이 불의부정(不義不正)한 행위였다”고 적시했다. 양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에 대해 지식인이 한목소리를 낸,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공동선언이다.



 성명 발표는 서울(한국프레스센터)과 도쿄(일본교육회관)에서 각각 이루어졌고 추후 서명이 더해져 양국 1100여 명이 동참했다.



 성명 이후 1년, 양국 지식인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29일 서울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일본의 한국병합 조약 무효 한·일지식인 공동성명 1주년 서울회의’다. 한국 측에선 백낙청·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김영호 단국대 석좌교수 등이, 일본 측에선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와 나카츠카 아키라(中塚明) 나라여대 교수 등이 참석한다. 한국병합조약의 무효문제, 동아시아의 역사적 화해와 새로운 미래를 토의한다.



 김영호 교수는 개회사에서 한·일 지식인선언의 의의와 과제를 천명한다. 김 교수는 “20세기까지는 냉전 논리에 지배됐지만 이제는 인도(人道)에 반하는 범죄를 묻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아시아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선 역사적 화해가 중요하고, 이 점에서 양국 지식인이 한일병합조약의 원천무효를 확인한 것은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 대해서 전쟁 범죄가 아닌 식민지 범죄를 따져야 한다는 논리다.



 김 교수는 특히 “중국의 패권주의를 막기 위해서 과거 패권주의 유산을 청산하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 지난해 선언의 거점을 다지고 국제적 참여를 확대해갈 것”을 제안했다. “아시아 지식인 100명 이상과 서구의 저명 지식인의 서명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일 지식인 회의를 세계 지식인 회의로 넓혀가겠다는 것이다.



 오다가와 고(小田川興) 와세다대 객원교수(전 아사히신문 편집위원)는 사전 배포한 발제문에서 3·11 동일본 대지진 때 한국인, 특히 위안부할머니들이 보여준 행동에 주목했다. 수요 정례집회를 대지진 희생자에 대한 추도와 위로의 집회로 전환하는 모습에서 “미래로의 문을 열기 위해선 과거를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각인했다고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일본의 신(新)부국 강병 노선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 해결을 위해서 한·일 간 유대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엔 슈용(徐勇) 베이징대 교수, 가반 맥코맥(Gavan McCormack) 호주국립대 명예교수 등도 참석한다.



강혜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