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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더블 일리미네이션의 명암

중앙일보 2011.08.29 00:29 경제 15면 지면보기
<결승 3국>

○·허영호 8단 ●·구리 9단











제16보(180~199)= 180 잇자 181 살고 182 따내자 183으로 패를 쓴다. 패는 계속되고 있지만 바둑은 이미 졌다. 허영호 8단에겐 지금은 슬픔조차 먹먹해진 ‘이별 시간’이다. 정녕 놓고 싶지 않은 이 한 판의 바둑과 이제는 이별해야 한다. 던지자 하면서도 손은 판 위로 로봇처럼 기어나간다. 184부터 귀를 잡는 시늉을 한다. 하지만 수순은 맥이 하나도 없다. 199가 놓이자 귀는 패와 관계 없이 살아버렸다. ‘참고도’ 백1에 두면 흑2로 막아 산다. 백A로 끼우면 물론 흑B로 두어 산다. 허영호는 여기서 쓰게 한번 웃더니 항복을 선언했다. 무명에서 몸을 일으켜 세계를 놀라게 한 허영호, 그는 잘 싸웠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더구나 32강전에선 구리 9단마저 완벽하게 격파했지 않은가.



 삼성화재배가 32강전에서만 채택하고 있는 ‘더블 일리미네이션’이란 시스템은 4인 1조가 되어 그중 2명이 16강에 오르는 제도. 따라서 한 판을 지더라도 나머지 두 판을 이기면 회생할 수 있다. 구리 9단의 행운이 바로 그 경우였다. 허영호에게 패배했으나 살아남아 8강전에서 이세돌 9단을 꺾으며 결승까지 올라가더니 끝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년의 부진을 씻고 구리가 돌아왔다(185·188·191·194=패 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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