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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 카드사 수수료 싸움, 학부모만 허리 휜다

중앙일보 2011.08.29 00:13 경제 4면 지면보기
성신여대에 다니는 장모(23·여)씨는 지난주 400만원 가까이 되는 2학기 등록금을 납부했다. 큰돈이라 부담스러웠지만 현금으로 한꺼번에 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장씨는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내기도 한다는 기사를 보고 학교에 물어봤지만 신용카드는 받지 않는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등록금 카드 받는 대학 7곳 중 1곳뿐

 2학기 등록 막바지인 요즘 속이 타는 학생과 학부모가 적지 않다. 올 상반기 ‘반값 등록금’ 논쟁이 일었지만 대학 등록금은 여전히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등록금을 한꺼번에 내는 부담을 덜 수 있는 신용카드 납부 길마저 막힌 곳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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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가 7개 전업계 카드사(신한·KB국민·현대·삼성·롯데·비씨·하나SK카드)를 조사한 결과 신용카드로 2학기 등록금을 결제할 수 있는 대학은 56곳으로 나타났다. 올 1학기보다 8개 대학이 늘어나긴 했지만 전국 411개 대학(전문대 포함) 중 13.6%에 불과하다. 7곳 중 1곳만 카드를 받는 셈이다.



 카드사별로는 비씨카드가 가장 많은 26개 대학과 계약을 맺었다. 삼성카드(17), 신한카드(10), 하나SK카드(8), KB국민카드(6), 현대카드(1곳)가 그 뒤를 이었다. 롯데카드는 아직 결제가 가능한 대학이 없다.



 등록금 카드납부제가 지지부진한 건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카드로 등록금을 결제하면 대학은 등록금의 1.5~3.5%를 카드사에 수수료로 줘야 한다. 대학 측은 현금으로 받아오던 등록금을 굳이 수수료까지 내며 카드로 받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한양대 관계자는 “학교가 카드사에 수수료를 낸다면 등록금이 그만큼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카드업계는 “대학에 매긴 수수료율은 전 가맹점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더 이상 낮출 순 없다며 맞서고 있다.



 결국 대학과 카드사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학생과 학부모들만 불편을 겪고 있다. 학부모 김모(51)씨는 두 자녀가 모두 대학생이다. 자녀들이 다니는 한국외국어대는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낼 수 없다. 김씨는 “카드 할부를 이용해 등록금 부담도 좀 줄이고, 소득공제와 포인트 적립 혜택도 받았으면 좋겠는데 아이들 학교에선 신용카드가 안 된다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미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받고 있는 대학들도 제약조건이 적지 않다. 올 초 서울시립대에 입학한 신입생 김모(20)씨는 “1학년은 카드납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해서 2학기 등록금도 신용카드로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뿐만 아니라 중앙대·동국대 등 일부 대학은 신입생과 편입생을 카드납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신입생이나 편입생은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는 일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카드로 등록금을 낸 신입생이 학교를 중간에 그만두면 등록금을 환불해 줘야 하는데, 이 경우 학교가 카드사에 쓸데없는 수수료를 주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학이 한 카드사와 계약을 맺는 것도 불편한 점이다. 카드로 등록금을 내려면 해당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 14.2~22.8%에 달하는 할부 수수료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등록금 350만원을 6개월 카드 할부로 낼 경우 약 16만원에서 30만원의 할부수수료를 내야 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카드사와 대학 간의 협의와 양보만이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하나SK카드와 현대카드로 등록금을 받는 방송통신대가 그 예다. 방통대는 카드사에 따로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대신 결제대금을 바로 받지 않고, 결제 뒤 90일이 지난 뒤에야 입금받기로 했다. 따라서 카드사는 수수료 대신 90일 동안 붙는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다.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카드사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등록금 수수료를 최소한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며 “대학들도 기본적으로 모두 카드납부를 시행하되, 대학 형편에 따라 저소득층 학생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연대 안진걸 팀장은 “법으로 강제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손 놓고 있는 교육당국도 문제”라며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애란 기자, 박준규·하지혜 인턴기자

(서울시립대 경영학부·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카드 가맹점 수수료=소비자가 긁은 카드값을 가맹점에 지급해주는 대가로 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돈. 수수료율은 결제액의 1~4.5%로 가맹점의 업종과 매출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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