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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엄마와 함께] “용왕님 만날래” 해녀 꿈꾸는 소녀 말리는 엄마

중앙일보 2011.08.27 00:23 종합 23면 지면보기


















인어들

신시아 하인리츠 글

이주민 그림, 이준경 옮김

리젬, 32쪽, 1만1000원




수백 년 전 제주도의 여자들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 전 유네스코에서 실사단이 왔을 때 한국측 관계자들은 이 해녀들이 실사단의 눈에 띄지 않기를 기도했다고 한다.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이 마치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처럼 보일까 걱정했다. 그러나 외국 실사단은 해녀에 찬탄을 보냈다고 한다. 바닷속 깊이 잠수했다가 수면 위로 올라와 길게 숨을 내뱉는 ‘숨비 소리’는 이방인에겐 살아있는 예술이었다.



 제주도의 해녀를 다룬 그림책이다. 글을 쓴 이는 캐나다 출신 작가. 유네스코 실사단이 한국 사람보다 해녀를 더 기꺼워했듯, 이국의 작가 눈에도 해녀가 아름다워 보였나 보다. 작가는 이제는 몇 남지 않은 제주의 인어가 곧 사라지게 생겼다며 안타까워한다. 해녀의 절반 이상이 70세가 넘고, 30세 미만의 해녀는 없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할머니처럼 인어가 되고 싶은 소녀다. 소녀는 비밀을 하나 알고 있다. 바로 인어들이 바다 속 용왕님을 만나러 간다는 사실이다. 소녀도 언젠간 용왕님을 만나러 가고 싶다. 그러나 누구도 그녀가 해녀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엄마는 내가 선생님이나 의사, 착한 아이의 엄마가 되길 바랍니다. 나는 바다에 가는 게 금지되었습니다. 나는 숙제를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나는 인어가 되고 싶습니다.”



 제주의 여성들은 위험하고 고된 해녀 일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으려 높은 교육열을 보였다. 그래서 어쩌면 해녀가 인간문화재가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림책 주인공처럼 ‘인어’가 되고 싶은 소녀가 현실에도 있을까.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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