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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인터넷은 뇌다, 구글은 간파했고 야후는 놓쳤다

중앙일보 2011.08.27 00:19 종합 24면 지면보기


















구글 이후의 세계

제프리 스티벨 지음

이영기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64쪽

1만4000원




“인터넷은 뇌입니다. 앞으로 교수님께 배운 지식을 활용해 뇌과학을 인터넷에 적용한 회사를 창업하겠습니다.”



  1998년 세계적인 뇌과학자인 브라운대 짐 앤더슨 교수의 제자가 되기 위해 연구실을 찾은 저자가 한 말이다.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박사 과정에 들어오게.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네. 자네가 회사를 차리면 나를 가장 먼저 고용해주게.”



 실제로 저자는 사용자의 검색 습관과 광고를 연결해주는 인터넷마케팅 업체 ‘심플리닷컴’을 창업해 3000만달러 가치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앤더슨 교수는 제자에게 제안했던 대로 창업멤버로 참여했다.



 저자는 IT업계에서도 독보적인 인물이다. 비지니스위크가 선정한 ‘40세 이하 인물 중 가장 영향력 있는 40인’에 뽑혔다. 2000년 구글의 설립자인 래리 페이지를 만나 당시 인터넷 업계의 공룡이었던 야후와 알타비스타의 쇠퇴를 예견했다. 이들은 인터넷이 뇌와 닮아있다는 데 동의했다. 두 사람은 “검색엔진의 성패는 도서관 사서처럼 웹을 분류하는 게 아니라 신경세포의 링크처럼 해당 웹페이지가 얼마나 많이 참고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많은 인력을 투자해 웹을 도서관처럼 분류하는 데 몰두했던 업체들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봤던 것이다.



 저자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유수의 인터넷업체들은 ‘인간의 뇌를 닮은 인터넷 구현’을 비지니스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 기업은 이미 하버드·스탠퍼드·MIT 등의 뇌과학자를 핵심인재로 스카우트하고 있다고 한다. 래리 페이지도 인공지능의 최고 권위자인 테리 위노그래드 스탠퍼드대 교수에게 배웠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구글 검색엔진을 설계했다고 했다.



 저자는 인터넷이 뇌와 같고 뇌처럼 진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뇌의 뉴런이 개개의 컴퓨터이고, 뉴런이 축색돌기와 수상돌기로 이어져 있듯이 컴퓨터와 웹사이트는 하이퍼링크로 연결돼 있다. 또 뇌와 비슷한 과정으로 인터넷이 진화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인터넷이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그에 맞는 웹의 정보를 스스로 조합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견한다. 월드와이드웹의 세계가 가고, 웹 스스로 콘텐트를 재구성하고 링크하는 ‘시맨틱 웹’의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검색엔진도 필요 없다.



 저자는 뇌와 닮은 인터넷의 특성을 이해해야 인터넷 비지니스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검색엔진으로 인터넷의 최강자로 우뚝 선 구글도 그 다음 세계인 ‘생각하는 인터넷’의 출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페이스북·트위터·마이스페이스·유튜브 등이 지금은 잘 나가고 있지만 그 성장세가 결코 지속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뇌가 급격히 자라다가 이후엔 오히려 줄어들 듯이, 모든 네트워크도 그런 경로를 밟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론에만 강한 게 아니라 여러 IT기업을 성공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책 곳곳에 이론과 실전경험이 결합된 그의 내공과 통찰력이 묻어난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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