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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今是昨非 지금이 옳고 지난날은 그르다

중앙일보 2011.08.21 13:40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없음을 깨달았으니, 앞으로 바른 길을 좇는 것이 옳음을 깨달았다. 인생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은 사실이나 아직 그리 멀어진 건 아니니, 이제야 지금이 옳고 지난날이 틀렸음을 깨달았다(悟以往之不諫,知來者之可追,實迷途其未遠,覺今是而昨非).’ 1992년 9월 장쩌민(江澤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중국을 국빈 방문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을 만나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인용해 한·중 수교의 소회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에 과거의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를 바라보고 나아가자며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 화답했다.



다섯 달 앞선 1992년 4월 이상옥 당시 외무장관이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총회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했다. 리펑(李鵬) 당시 총리는 이 장관을 만나 “수도거성(水到渠成)이란 말과 같이 양국 간의 실질적인 협력관계가 계속 확대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근담의 ‘물이 흐르면 도랑이 생기고, 참외가 익으면 꼭지가 떨어진다’는 ‘수도거성, 과숙체락(瓜熟蒂落)’을 인용한 것이다.



2002년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부장은 중국을 세 번째 방문한 노 전 대통령을 만나 ‘물을 마실 때는 샘을 판 사람을 생각한다(飮水思源)’며 그의 한·중 수교 결단을 칭송했다. ‘과일을 먹을 때는 그 열매를 맺은 나무를 생각하고(落其實者思其樹),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하네(飮其流者懷其源)’라는 북주(北周)의 문인 유신(庾信)이 지은 징조곡(徵調曲)을 인용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에 송무백열(松茂柏悅)이란 말로 화답했다.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하고, 지초가 불에 타면 같은 난초과의 풀인 혜초가 탄식하네’(信松茂而柏悅, 嗟芝焚而蕙歎)라는 서진(西晋)시대 육기(陸機)가 지은 탄서부(歎逝賦)에 나오는 구절이다.



오는 24일로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지 19주년을 맞는다.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발간된 회고록에서 장쩌민 총서기의 ‘귀거래사’를 듣고 역사의 무게를 느꼈다고 적었다. 지난해 한국전쟁을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말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도 장 총서기의 ‘금시작비(今是昨非)’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신경진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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