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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추방 1호는 ‘알까기 선수’ … 아마들은 홀인원 모르고 공 몰래 놓다 들통

중앙선데이 2011.08.21 01:46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김아영의 골프 룰&매너 <1> 골퍼의 치명적 유혹 ‘알까기’

중앙SUNDAY는 이번 호부터 ‘김아영의 골프 룰&매너’를 연재합니다. KLPGA 프로 출신인 김아영씨는 KLPGA에 24명뿐인 경기위원(심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체대에서 스포츠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김 위원은 탄탄한 전문지식과 프로선수·심판으로 활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알쏭달쏭한 골프 룰에 대해 명쾌한 해석을 내려줄 것입니다. 또한 모두가 즐겁게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필드 매너도 알려드릴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골프는 신사의 스포츠로 대표되지만 골퍼라면 한 번쯤은 ‘알까기’의 유혹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알까기는 OB가 됐거나 분실된 볼 대신 다른 볼을 떨어뜨려 인플레이볼로 둔갑시키는 부정행위를 말한다.



미국 PGA 투어에서도 알까기가 발견된 사실이 있다. 1932년 조지 커버라는 프로 선수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알까기 수법을 고백한 뒤 PGA에서 추방당했다. PGA 1호 추방이었다. 조지 커버는 실로 짠 우드 커버에 달려 있는 술의 공간을 비워 그 속에 공을 끼워 넣었다. 그는 티샷이 OB가 났을 때 공을 찾는 척하면서 우드 커버 안의 공을 툭 떨어뜨리는 수법을 썼다.



또한 그린 주변 턱이 높은 벙커에 공이 들어갔을 때는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빨리 벙커에 도착해 공을 집은 뒤 벙커샷을 하는 척하면서 손으로 볼을 던져 핀에 붙였다고 진술했다. 호주머니에서 공을 툭 떨어뜨리는 요즘 알까기 방식도 80년 전 ‘원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아마추어 시절 ‘알까기 공주’라는 별명을 얻었던 선수가 있었다. 그는 프로에 와서 정당한 실력으로 입상하고도 한동안 의심을 받았다. 프로 경기에서는 수많은 갤러리와 심판이 지켜보고 있어 알까기는 있을 수 없다. 알까기를 한 사실이 발각되는 선수는 프로에서 퇴출당할 것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알까기는 스코어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나온다. 특히 학생 선수들은 아버지가 무서워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 알까기를 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는 골프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골프 대디’의 문제점 중 가장 심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즐거움을 목적으로 필드에 나서는 일반 골퍼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알까기가 발견된다. 심지어 파3에서 홀인원된 줄 모르고 볼을 찾다가 없어서 그린 주변에 알까기를 했는데 홀 아웃 때 홀 안에서 원구가 발견된 사례도 있다.



알까기는 골퍼 사이에 통용되는 은어다. 규칙으로 따지기 이전에 양심과 매너 문제다. 따라서 골프 룰에 알까기에 대한 조항은 없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사례는 골프 규칙 1조 2항(볼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 13조(볼을 있는 그대로 플레이), 18조(정지된 공이 움직인 경우)를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린에서 마크한 볼을 다시 놓을 때 홀에 가깝게 놓는 것, 디봇에 있는 볼을 움직여 좋은 곳에서 치는 것(라이 개선)도 알까기에 준하는 위반 행위로 본다. 이런 경우 2벌타를 주고, 중대한 위반이라고 경기위원회가 판단하면 실격을 명할 수도 있다.



알까기가 의심되는 동반자를 단속하는 방법은 그가 미스 샷을 한 뒤 되도록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또는 라운드 전에 동반자끼리 다른 플레이어의 볼에 표시를 해 그 볼로만 경기를 하는 것, 플레이어의 볼을 각각 다른 동반자가 갖고 있는 방법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건 전문 내기꾼들끼리나 할 수 있지 주말 골퍼에게 권장할 일은 아니다. 동반자를 ‘잠재적 규칙 위반자’로 간주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알까기를 했다가 발각된 플레이어는 대부분 수치심으로 골프를 그만두거나 동반자 사이에서 왕따 당한다. 즐거운 라운드를 스트레스로 변질시키는 알까기는 필드에서 추방해야 할 ‘악습 1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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