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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후 맥주 2잔 이상? 차라리 운동하지 마세요”

중앙선데이 2011.08.21 01:43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김연아 주치의 나영무 원장이 말하는 ‘내 몸 망치는 운동’







나영무 원장이 자신의 진료실에서 골반 이상으로 인한 척추 손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저기 보이는 사진이 올해 3월 김연아 선수가 저희 병원에 와서 찍은 겁니다. 김 선수의 상체가 제 쪽으로 살짝 기울어 있거든요. 저한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고요, (웃음) 김 선수의 척추가 약간 휘었기 때문입니다. 피겨 선수들은 한 방향으로만 턴을 하고 점프 후에 한쪽 다리로만 착지를 하기 때문에 그쪽 골반이 뒤틀리게 됩니다. 그러면 척추도 따라서 휘게 돼 있죠.”



나영무(49) 강서솔병원 원장은 2002년 월드컵 4강을 이룬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치의였고, 지금은 김연아 선수의 주치의를 맡고 있다. 국내 스포츠 재활 분야의 선구자인 나 원장은 이청용·박주영(축구), 하승진(농구), 신수지(리듬체조) 등 각 종목 스타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선수 2000여 명의 부상 치료와 재활을 담당했다.



그가 최근 역설적이고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냈다. 운동이 내 몸을 망친다(담소)의 부제는 ‘국가대표 주치의 나영무 박사의 대국민 운동 처방전’이다.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운동 때문에 부상을 당하고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못된 운동 상식, 단기간에 성과를 보려는 욕심, 과도한 집착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죠. 내 몸을 망치게 하는 잘못된 운동법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운동법을 알려주기 위해 책을 냈습니다”라고 나 원장은 말했다. 서울 김포공항 근처에 있는 강서솔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마라톤 체질, 단거리 체질 따로 있다”

-어떤 게 내 몸을 망치는 운동입니까.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체질과 체력도 제 각각입니다. 기초체력은 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순발력, 균형력, 민첩성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입니다. 똑같은 육상이라도 마라톤이 맞는 사람이 있고 단거리가 맞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를 모르고 자신의 체력과 체질에 맞지 않는 운동을 하는 건 내 몸을 망치는 지름길이죠.”



-잘못된 운동 습관 중 대표적인 게 뭐가 있을까요.

“가장 흔한 게 워밍업 없이 바로 운동을 하는 거죠. 워밍업과 스트레칭을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스트레칭하기 전에 맨손체조 같은, 말 그대로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워밍업을 해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의자에 앉아 있다 갑자기 스트레칭을 하다 다친 사람이 많습니다.”



-운동으로 아픈 몸은 운동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도 잘못된 속설인가요.

“그렇습니다. 근육이나 힘줄, 인대 등은 부위에 따라 통증의 양태가 다릅니다. 힘줄에 염증이 생기면 뛰기 전에 아프다가 뛸 때는 안 아픕니다. 이걸 ‘뛰어야 낫는다’고 생각해 운동을 지속하면 병을 키우게 되는 거죠. 발목 인대가 절반 정도 찢어지면 붙는 데만 4~6주가 걸리는데 통증은 2주만 지나면 사라집니다. 통증이 없다고 운동을 지속하면 부상이 만성화·장기화됩니다.”



-다치지 않고 즐겁게 운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체력의 원천이 근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체력의 바탕은 유연성입니다. 엿이 딱딱하면 부러지지만 부드러우면 휘기만 할 뿐이죠. 또 신체가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척추입니다. 따라서 운동을 할 때도 척추를 중심으로 허리·몸통 등 몸 가운데서 시작해 팔다리 쪽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또 무리한 동작에서 부상이 나옵니다. 다치지 않으려면 정확하고 올바른 자세에 항상 신경 써야 합니다.”



-운동 부족만큼 운동 중독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마라톤이나 철인3종 경기를 하면 극도로 힘든 순간에 베타 엔도르핀이 나와 쾌감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통증을 잊게 되는데 그렇다고 통증이 없어지는 건 아니죠. 결국 족저근막염·아킬레스건염·무릎 통증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과도한 운동으로 지치고 피곤하면 몸이 산성으로 바뀌고 노화도 빨라집니다.”



“이청용, 근육량 적은 게 아쉬워”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나 원장은 2004년 강서솔병원을 개원했다. 매일 새벽 6시30분부터 환자 회진을 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잠에서 막 깼을 때 환자의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나 원장의 설명이다. 1995년부터 축구 대표팀과 인연을 맺어 현재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달 상대 선수의 악의적인 태클로 오른쪽 다리 복합골절을 당한 이청용(23·볼턴)에 대해서도 정확한 진단을 내렸다. “원래 잘 다치지 않는 체질입니다. 몸이 가볍고 날쌔며 순발력도 뛰어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근육량이 너무 적다는 게 아쉽습니다. 근육은 힘을 내는 원천인 동시에 뼈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나 원장은 볼턴 구단이 이청용의 치료 기간을 9개월로 발표한 데 대해 스포츠 재활 선진국다운 결정이라고 했다. 합병증이 없다면 골절된 뼈가 붙는 데는 두 달이면 충분하다. 한국이라면 한두 달 재활훈련을 한 뒤 경기에 투입했겠지만 볼턴은 몸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도록 복귀 시점을 넉넉히 잡은 것이다. 나 원장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빨리빨리’ 현상이 스포츠계에도 퍼져 있어요. 이게 유망 선수들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원인입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은 청소년 축구대표가 성인 대표로 뽑히는 비율이 80%에 이르지만 우리는 50%가 채 되지 않는다. 부상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경기력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 원장이 요즘 즐기는 스포츠는 골프다. 한국골프대학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부상 방지와 즐거운 라운드를 위해 나 교수가 제안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하체, 특히 왼쪽 무릎 주위 허벅지 안쪽 근육을 단련하라는 것이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다운스윙 때 강하게 내려오는 힘을 받쳐주는 게 왼쪽 무릎인데 이때 허벅지 안쪽 근육이 제대로 버텨주지 못하면 연골판 파열 등 부상을 당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둘째는 ‘운동 후 금주’다. 라운드 뒤 맥주 두 잔 이상을 마시면 피로물질인 젖산이 쌓여 아예 운동을 안 한 것만 못하다는 게 나 원장의 단언이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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