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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고 명문 IIT 입시생도 ‘한국식 단과반’서 열공 중

중앙선데이 2011.08.21 01:10 232호 14면 지면보기
지난달 27일 인도 북부 라자스탄주(州)의 중소도시 코타(Kota). 북부 코타 융티온 기차역을 나와 도심으로 들어서니 거리 곳곳이 온통 대형 광고간판들이다. 힌두어와 영어가 뒤섞인 간판 대부분이 학원 광고다. 학생 2~3명의 얼굴사진과 함께 ‘○○학원을 빛낸 스타들…2010년 인도공과대(IIT) ○○명 배출’이 주요 내용이다.코타는 북인도에서 ‘학원의 메카’로 불리는 독특한 학원 도시다. 인구 60만 명 중 10만 명이 매년 인도 전역에서 몰려오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인도 최고 명문 인도공과대(IIT)를 목표로 하는 고교 2·3년생들이다. 18일 국내에서 개봉한 인도영화 ‘세 얼간이’에서도 나오듯 인도에서 국립공과대학 졸업장의 의미는 그냥 ‘명문대 졸’이 아니다. 신분차별과 함께 빈부격차가 극심한 인도 사회에선 단숨에 차별과 계급을 넘어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출구다. 그래서 입학 경쟁률이 100대 1에 이른다.

교육 산업에 부는 한류

코타는 이 같은 인도의 사회구조가 만든 도시다. 이곳에서는 고 2·3 학년은 정규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된다. 등록된 학교의 졸업시험만 통과하면 된다. 대신 이 지역에 몰려 있는 학원을 학교처럼 다닌다. 우리로 치면 ‘대입종합반 학원’쯤 된다. 공교육만 받아서는 IIT에 합격할 수 없기 때문에 몰리는 거다. 코타 시내에 학생 수가 5000명 이상인 대형 학원만 6곳. 100명 안팎의 학생을 가르치는 부티크형 학원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코타가 학원 도시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취재진이 도심의 한 로터리에 진입했을 때다. 3층짜리 낡은 상가 건물 위로 파란색 초대형 간판이 눈에 띄었다. 물리와 화학·수학 세 영역별로 학원 강사의 사진들이 쭉 늘어서 있다. 그 옆엔 “성적이 올랐습니까. 아니라면 우리 학원으로 들어오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스타 강사를 내세운 우리나라 입시학원 카탈로그를 빼닮았다. 간판 맨 아래엔 전화번호와 함께 ‘ETOOS’라는 검은 고딕체가 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청솔학원으로 잘 알려진 이투스교육의 코타 현지 학원 광고 간판이다.

인도 라자스탄주 학원 도시 코타의 시내에 세워진 우리나라 교육기업 이투스의 광고판.
로터리에서 이어진 큰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샛길로 접어드니 입시학원 간판과 함께 학원 건물들이 ‘도열’해 있다. 학생 2만 명을 자랑하는 인도 최대 입시학원 ‘반잘(Bansal)’을 비롯해 커리어 포인트, 바이브런트 아카데미 등이 이어졌다. 이투스 학원은 길 끝 쪽에 있다. 700평 규모의 ‘아담한’ 흰색 단층건물이다. 11개 교실에서 물리·화학·수학 강사 총 21명이 1000여 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올 4월 문을 연 한국 학원기업 이투스는 코타 학원가의 ‘이단아’다. 코타를 비롯한 인도의 입시학원엔 종합반밖에 없다. 권위적인 학원 강사가 많게는 수백 명의 학생들을 모아놓고 학교수업처럼 시간대별로 강의를 한다. 이투스는 여기에 시장의 틈새를 찾았다. 한국식 단과반 학원이다.
코타 이투스의 강성진 원장은 “IIT를 목표로 종합반 학원에 다니는 인도 학생의 80%는 어려운 학원 수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며 “이투스는 한국에서처럼 인도 최초로 단과반을 운영해 기존 학원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수업을 위한 학원인 셈이다.

강사진에도 인도 최초로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인도의 입시학원은 학생이 강사를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이투스는 단과반을 운영하면서 학생이 강사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강사는 학생 수에 따라 ‘기본급+α’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학원과 강사가 ‘5대 5로’ 학생의 수업료를 나눠 가지는 한국의 ‘완전 성과급제’ 시스템을 응용한 것. 지난 2월에는 학원 개원을 앞두고 이투스 강사진을 서울로 초청해 한국의 학원 시스템을 견학시켰다. 학원 문을 연 지 한 달. 이투스 강사진이 변하기 시작했다. 잘 가르치는 강사에게 학생이 몰리고, 강사의 월급이 치솟는 것을 목격한 덕분이다.

화학 강사 프린스 싱(32)은 “여기 와서 연봉이 두 배로 뛰었다”며 “강사끼리 경쟁하고 성과급을 가져가는 이투스 시스템은 다른 학원 강사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코타에서 1000㎞ 떨어진 차티스가르주(州) 라이푸르에서 사립학교를 다니다 왔다는 고교 2년생 슈밤(16)군은 IIT를 졸업해 자동차회사 엔지니어가 되는 게 꿈이다. 그는 “이투스에선 수업시간과 강사를 선택할 수 있는 데다 한 학급당 학생 수가 적어 자세하고 쉽게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다”며 “주변 친구들도 이투스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투스의 인도 진출은 성공적이다. 개원 3개월 만에 학생 수가 1000명을 넘어섰고 7월 중순에 손익분기점도 넘어섰다. 올 연말까지 학생 수 5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외국기업이라고는 이투스가 유일한 인도의 대표 학원도시에서 이뤄낸 성과다.

박성복 법인장은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인도에서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내년엔 수도 델리는 물론, 남부 인도의 대표적 학원도시 하이데라바드에 단과학원과 함께 정규 사립학교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강의 역시 준비 중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쟁력 있는 사교육 시스템을 수출하는 것은 곧 문화 수출이며 한류 수출”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교육기업의 해외 진출은 이투스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눈높이 학습지’로 유명한 대교는 1991년 로스앤젤레스에 현지법인인 대교 아메리카를 설립, 해외에 처음 진출했다. 2004년엔 말레이시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의 ‘눈높이 선생님’의 방문 시스템 대신 지역별 ‘러닝센터’를 운영해 학습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프랜차이즈를 포함, 15개국에 진출해 있다.

지난 1일 방문한 홍콩 대교는 2005년부터 본격적인 현지 사업에 나섰다. ‘E-nopi(이노피)’라는 이름의 해외용 브랜드를 통해 홍콩 현지민 유치원·초등생을 대상으로 수학·영어 학습지 사업을 진행해 왔다. 현재 회원 수 1만 명, 프랜차이즈 형태의 러닝센터는 86개에 이른다. 홍콩 학습지 시장의 1위인 일본기업 구몬에 이어 2위다. 서정미 법인장은 “이노피는 홍콩 부유층 자제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월 회비가 구몬보다 100달러 비싼 650달러(홍콩달러·약 8만9500원)지만 반응이 좋아 회원 수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섬 사이완 지역의 대교 러닝센터 ‘이노피 벨처스’는 고급 쇼핑센터 3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수학 200명, 영어 100명의 학생을 관리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홍콩인 영어강사 아이시(25·여)는 “학교에서는 아이들 수준에 따라 가르칠 수 없었기 때문에 대교로 왔다”며 “대교가 한국 기업이란 것을 잘 알고 있으며, 학원에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레벨이 세분화돼 있고 각 학급마다 학생이 6명 밖에 안 되기 때문에 학생들을 지도하기 아주 편하다”고 덧붙였다.

대교 외에도 JEI재능교육이 미국·중국·홍콩·호주·뉴질랜드 등지에서 학습지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미국·중국·태국을 중심으로 출판, 프랜차이즈, 온·오프 교육서비스 사업 등 다양한 교육사업을 하고 있다. 또 메가스터디는 지난해 11월 해외 온라인 교육서비스를 위한 사이트를 개설하고, 중국 광둥성 광저우 지역을 거점으로 우한·상하이·난징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경원대 오대영 교수는 “교육은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10대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교육의 글로벌화로 국경 없는 교육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만큼 우리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교육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와 홍콩 시장을 통해 우리 교육기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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