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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로 입천장에 숫자 쓰면 손발 따뜻해져”

중앙선데이 2011.08.21 01:09 232호 18면 지면보기
“골프장에서 캐디의 목소리가 저와 같은 소양인 음성(音聲)이면 편안하게 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와 다른 체질의 목소리를 만나면 성적이 안 나와요. 특히 태음인이 그런 것 같아요.”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체질개선 클리닉 김달래 교수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체질개선 클리닉 김달래(50·사진) 교수는 들쭉날쭉한 골프 스코어에 대한 핑계(?)를 이렇게 댔다. 그에 따르면 소양인 캐디는 솔직하게 의견을 잘 밝혀 골프를 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태음인은 상황을 다 판단하고 있는데도 마찰을 피하려고 조용히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음성 사상체질(音聲 四象體質)’을 진료(임상)에 적용한 한의사다. 음성 사상체질 이론은 조선 말기 의학자인 이제마의 저서 사상임해지남에 나와 있다.
-음성 사상체질이 뭔가.

“음성을 동양 음악의 5가지 음인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로 해석해 체질을 구분한다. 태음인은 궁성(聲), 태양인은 상성, 소음인은 우성, 소양인은 치성에 해당한다. 체질별 음성 특징을 전통악기로 표현하면 태음인은 북, 태양인은 징, 소음인은 장고, 소양인은 꽹과리다. 학교에서 수업할 때 옆 교실까지 소리가 들리는 교사는 태양인이다.”

-기존 사상체질 감별과 뭐가 다른가.
“굉장히 경제적이고 간편하다. 컴퓨터로 짧은 단어나 문장을 읽으면 약 1분 만에 감별할 수 있다. 기존에는 체형과 기, 용모와 말투, 성질과 재능, 병증과 약물에 대한 반응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체질을 감별했다. 이 방법에 음성 사상체질을 더하면 더 정확하게 체질을 감별해 맞춤 치료를 할 수 있다.”

김 교수가 음성 사상체질에 관심을 가진 건 2000년께 부천역을 폭파하겠다는 협박범이 있다는 TV뉴스
를 접하고부터다. TV를 통해 범인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낮게 처진 게 태음인 같았다. 실제 범인이 검거되고 얼굴을 봤더니 태음인이 확실했다.

이후 그는 해석에만 머물렀던 음성 사상체질을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 전자학과 교수와 4년간 공동 연구를 진행해 음성분석 프로그램인 ‘PSSC-2004’를 개발했다. 컴퓨터에 음성을 입력하면 곧바로 체질은 물론 개선해야 할 식생활 습관과 건강관리 정보가 담긴 분석표가 출력된다. 음성분석기의 소리분석 능력은 사람 귀보다 10배 이상 좋다. 김 교수는 약 1만 개의 음성 샘플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음성 사상체질로 10여 편의 논문도 썼다.

김 교수는 ‘냉증(冷症)’ 치료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를 찾는 환자 중에는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례가 많다.

온몸이 시린 40대 여성은 여름에도 방에 불을 때야 생활할 수 있다. 음경이 너무 차다는 남성도 있다. 여성은 생식기에 바람이 들어온다고 호소한다. 머리와 발이 너무 차갑다며 잘 때 모자와 두꺼운 등산양말을 착용하는 환자도 있다. 이들에게는 삼복더위에도 에어컨과 선풍기는 언감생심이다.

-냉증은 어떤 병인가.
“오전 10시에 측정한 체온이 36도 이하이거나 손·발·배·머리 등 특정 신체부위가 차다고 느끼는 증상이다. 암환자처럼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체온이 35도 이하인 경우도 있다.”

-냉증은 왜 발생하나.
“신체활동이 적어지며 혈류량과 근육량이 줄어 발생한다. 특히 근육은 신체에서 열을 가장 많이 만드는 조직이다. 25%를 차지한다. 이어 간 20%, 머리 18% 순이다.”

-냉증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나.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이 30% 감소한다. 냉증이 있으면 숙면도 못 취한다. 결국 병을 달고 살아 삶의 질이 떨어진다. 만성질환, 생리통도 냉증과 관련 있다. 신진대사가 늦어 비만 위험을 높인다. 일본의 면역학자인 아보 도루에 따르면 냉증 환자는 암에 더 많이 걸린다. 성격에도 영향을 준다. 모든 일에 소극적이고 부정적이며 신경질적이다.”

김 교수는 냉증 극복 방법 1순위로 근육을 키우라고 강조한다. “냉증 환자 중 여성이 많은 건 태생적으로 근육량이 적은 데다 냉장고 때문에 찬 음식을 많이 먹는 게 부채질을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근육량을 늘리면 근육의 열 발생률을 25%에서 30%로 끌어올릴 수 있다.

‘긴 호흡’과 ‘침 많이 삼키기’도 권장사항이다. 사람은 보통 1분에 17~18회 호흡한다. 노래·허
밍·소리 내어 책읽기를 하면 호흡 수가 12번으로 준다. 호흡이 길면 산소 소모량이 늘어 열을 발생시킨다. 김 교수는 “소화효소가 있는 침을 많이 삼키면 면역력을 높이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혈류량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동의보감에 보면 혈류량을 늘리기 위해 입안을 자극하는 ‘회진법’이 있다. 김 교수는 “입천장을 도화지 삼아 숫자 1~100까지 하루 세 번 쓰면 침이 많이 분비돼 손발이 따뜻해진다”고 설명했다.

음식은 찬 것보다 따뜻한 것을 챙겨야 한다. 김 교수는 특히 열을 내는 음식으로 옻을 추천한다. 그는 “냉증 탓에 여름에도 3년간 에어컨을 못 켠 여성이 옻닭을 네 번 먹고 올해는 에어컨 바람을 즐긴다”며 “옻은 혈액순환 장애인 어혈을 풀어 체온과 면역기능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약한 냉증이 있는 김 교수도 몸이 힘들 땐 옻을 먹는다. 하지만 옻 알레르기가 있으면 그림의 떡이
다. 그는 “매년 4월 말 나오는 옻순으로 부침개나 튀김을 해 먹으면 알레르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순에는 주된 성분이 가장 적어 옻이 올라도 항문이 가려운 정도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옻에서 알레르기 반응 물질인 ‘우르시올’ 성분을 제거한 옻진액이 나왔다. 김 교수는 “문명의 발달로 냉증 환자는 점차 증가할 전망”이라며 “이를 극복하려면 육체노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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