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2의 애플 될 것” vs “안드로이드의 방패 역할”

중앙선데이 2011.08.21 01:03 232호 20면 지면보기
38세의 젊은 사업가가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1973년 미국 미시간주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래리 페이지(사진)다. 친구인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98년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을 창업했다. 구글의 최고경영자(CEO)인 그가 15일(현지시간) 80년 역사의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 달러(13조5000억원)에 전격 인수한 것이다. 이 가격은 당시 주가에 60%의 프리미엄을 얹은 파격적인 수준이다. 휴대전화와 셋톱 등을 제조하는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올 1월 모토로라에서 분리됐다. 통신 부품과 네트워크 부문은 모토로라 솔루션스로 남았다.

모토로라 사들인 구글 CEO 래리 페이지의 선택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맞서 스마트폰용 개방형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공개한 구글이 휴대전화 제조업체를 인수하자 당장 “제2의 애플이 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1만7000개에 달하는 모토로라의 특허는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처럼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는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에는 ‘양날의 칼’이다. 스마트폰 업계를 뒤흔들 수 있는 ‘절대 반지’를 손에 넣은 페이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는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다.

시나리오1 수퍼스타 ‘구토로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발표가 나자 “드디어 구글이 휴대전화 제조에도 손을 뻗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휴대전화와 콘텐트를 합쳐 큰 수익을 내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는 애플이다. 이 회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휴대전화 전체로는 4.6%(가트너, 올 2분기 기준)로 노키아·삼성·LG에 이어 4위에 그쳤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만 따지면 18.5%를 차지해 1위(스트래티직어낼리틱스)다. 삼성(17.5%)이 노키아(15.2%)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애플은 점유율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 올 2분기에만 매출 285억 달러(30조원), 이익 73억 달러(7조70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IT 전문 온라인매체인 아심코에 따르면 애플은 전체 휴대전화 업계 매출의 28%, 이익의 66%를 쓸어담았다.

애플의 수익은 하드웨어 판매에서 나온다. 애플의 전략은 독자적인 OS에서 돌아가는 폐쇄적인 콘텐트 생태계를 잘 구축해 이를 즐기려면 애플의 제품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2분기에만 스마트폰인 아이폰 2000만 대와 태블릿PC 아이패드 900만 대를 팔았다. 맥PC까지 합치면 하드웨어 매출이 전체의 80%를 넘는다. 앱스토어를 통한 응용프로그램 판매와 아이튠스를 통한 음원 판매의 비중은 다 합쳐도 20%에 미치지 못한다. 서버 운용비용 등을 감안하면 콘텐트 판매로는 거의 이익을 내지 못했다. 돈은 하드웨어를 팔아서 번다.

구글이 이런 수익모델을 내버려 둘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 중심에는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이 서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안드로이드 방어를 위한 특허 구축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애플의 아이폰 전략을 도입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루빈이 이를 염두에 두고 모토로라와의 협상을 개인적으로 중재해 성사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NY T)도 “구글이 ‘특허 포트폴리오 강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휴대전화 제조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회사가 갖고 있는 여유자금의 30% 이상을 안드로이드에 대한 특허 공세를 방어하기 위해서만 쓴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투자업체 모건 키건의 분석가 태비스 매커트는 “모토로라가 삼성이나 다른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비해 약세인 유럽에서 유통 통로를 확대한 후 2~3년 안에 현재 개방형인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폐쇄하는 방안을 찾거나 자사의 휴대전화에 다른 파트너들은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이 애플·MS와 함께 휴대전화 시장을 좌우하는 ‘수퍼스타’로 등장하고, 삼성·LG·노키아 등은 이들이 만든 플랫폼에 종속된 일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시나리오다.

시나리오2 나는 안드로이드다
반면 “애플과 구글은 사업 모델이 다르다”는 반박도 있다. 구글은 다양한 콘텐트를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활용한다. 전자메일 서비스인 G메일, 온라인 지도 구글맵, 사진 저장 서비스 피카사,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유튜브 등을 공짜로 공개했다. 이어 음악 파일을 올려놓고 필요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내려받아 들을 수 있는 구글 뮤직,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합친 것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구글 플러스 등도 시작했다. 이런 서비스는 안드로이드폰뿐 아니라 경쟁자인 애플의 아이폰에서도 잘 작동한다. 사용자들은 따로 돈을 내지 않는 대신 구글 검색을 쓸 때마다 광고를 봐야 한다. 애플은 자신의 콘텐트를 기기를 파는 미끼로 쓰는 반면, 구글은 사용자를 늘리는 당근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은 올 2분기에 90억 달러(9조7000억원)의 매출에 25억 달러(2조7000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매출 가운데 96%가 광고 수익이다. 특히 사용자가 구글에서 ‘세부 호텔’을 검색하면 이와 관련된 세부행 항공권, 세부의 호텔·식당 등의 ‘검색 광고’를 붙여 큰 돈을 번다.

엔가젯·기즈모도 등 온라인 IT전문매체들은 “안드로이드 진영을 더 크게 만들어 광고 수익 확대를 노리는 것이 모토로라를 살려 단말기 판매로 수익을 늘리는 것보다 더 이득일 것”이라고 논평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시장조사업체 트레피스의 분석을 인용해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해 저렴하지만 쓸 만한 스마트폰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전략을 펼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레피스는 “구글은 미국에서 사용자들이 1000번 검색할 때마다 20달러씩 벌고 있다”며 “이는 200달러짜리 스마트폰을 공짜로 줘도 사용자가 2년 동안 하루 14번씩만 구글 검색을 쓰면 손해 볼 일이 없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구글이 얻은 특허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전략 컨설턴트인 체탄 샤르마가 93년 이후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에 낸 이동통신 관련 특허 건수를 분석한 결과 윈도폰으로 손을 잡은 노키아와 MS는 각각 1만 개 안팎의 특허를 갖고 있는 강자였다. 1만2000건의 특허를 낸 삼성은 독자적으로 특허 소송에 대응할 수 있었지만 HTC 등은 속수무책이었다. HTC와 비슷한 수준이던 구글은 모토로라를 업고 단숨에 10위 안으로 도약했다.

페이지는 “구글의 통신 특허를 강화해 MS·애플의 공세에서 안드로이드를 보호하기 위해 모토로라를 샀다”며 “안드로이드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개방하고 모토로라에 특혜를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앞으로의 스마트폰 시장은 ‘나는 가수다’처럼 구글이 심판 역할을 하는 가운데 제조업체들이 실력을 겨루는 장이 될 전망이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