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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탱크 들인 격 … 어디 겨눌지 걱정”

중앙선데이 2011.08.21 01:01 232호 20면 지면보기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올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43.4%를 차지해 노키아의 심비안(22.1%)과 애플의 iOS(18.2%)를 압도했다. 업체별 스마트폰 시장 1위는 애플에 내줬지만, 삼성·HTC·LG 등이 연합군을 결성한 덕에 OS별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대가는 컸다. 애플과 MS는 구글을 직접 겨냥하는 대신 삼성·HTC 등에 특허 공세를 강화했다.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은 “구글이 OS만 만들어 놓고 관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래리 페이지는 “강력한 대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다독였고, 15일 모토로라 인수로 빈말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속내 불편한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신종균 삼성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장, 피터 초우 HTC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이 안드로이드·파트너·생태계를 방어하는 데 깊이 헌신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속내까지 편안한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집앞 거리에서 갱들이 설친다고 불평을 했더니 마당에 탱크 한 대를 가져다 놓은 셈”이라며 “당장은 우리 편이니 든든하지만 나중에 저 대포가 어딜 겨눌까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미국의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구글 주식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다. 스콧 캐슬러 S&P 애널리스트는 “모토로라 인수로 삼성전자·LG전자·HTC와 같은 파트너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OS의 미래에 불신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전체 안드로이드폰 판매량이 떨어질 수 있다”며 구글의 12개월 목표 주가를 700달러에서 500달러로 낮췄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켄 덜래니는 “갑자기 모토로라가 시제품을 내놓고, 다른 업체들은 2∼3개월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지 못한다면 이들은 심각하게 윈도폰을 들여다보기 시작할 것”이라며 “제조업체들 모두 모토로라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LG전자 등 관련 업체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LCD·휴대전화가 캐시카우다. 반도체와 LCD 가격이 약세를 보인 데 이어 휴대전화마저 불확실성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대책으로 내세웠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6일 최지성 부회장으로부터 스마트폰 관련 사안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바다 OS를 띄우라”고 지시했다. 그는 “관련 업체 인수를 통해서라도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체 OS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면 구글이나 애플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자체 OS가 없는 LG전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MS의 윈도폰7 사이를 오가다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여파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바다 OS를 개방하면,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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