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화려한 애플 뒤에 있는 팍스콘 공장 아이들의 눈물

중앙선데이 2011.08.21 00:58 232호 22면 지면보기
2010년 말 대만 최고의 재벌 흥하이 그룹 총수 궈타이밍 이사장이 삼성에 대한 독설을 쏟아냈다. 불과 1개월 전 흥하이 그룹사를 포함한 대만의 여러 기업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LCD 가격담합 혐의로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삼성은 자진신고를 함으로써 이른바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벌금을 면제받았다. 궈타이밍 이사장은 이 사례를 설명하면서, 삼성은 상도의를 저버린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이며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훌륭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학의 경영산책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삼성을 비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가격담합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것인가. 삼성이 한때 가격담합에 참여했다는 것은 비난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잘못을 깨달았다면 그 순간 바로 고백성사를 한 것이 잘한 결정이다. 더군다나 당시 흥하이 그룹은 사회적 책임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만한 상황에 있지도 않았다. 2010년 무려 14명의 종업원들이 투신자살한 중국 팍스콘(Foxconn)이라는 회사가 바로 흥하이 그룹 소속사이기 때문이다.

팍스콘 공장 종업원은 대부분 ‘농민공’이라 불리는 10~20대 아이들이다. 이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주 6~7일, 하루에 무려 12시간씩 근무한다. 생산라인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근무 중 옆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휴대전화 소유도 금지한다. 생산라인에 붙어 일하도록 의자도 움직이지 못하게 바닥에 고정돼 있다. 어린아이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인간답지 못한 생활을 강요하니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하는 종업원들이 생기는 것이다.

사건 이후 비난이 빗발치자 궈타이밍 이사장이 현장을 방문하고 종업원 보수를 대폭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건물을 쇠창살로 둘러싸고, 2층에 그물을 달아 투신을 방지하는 조치도 취했다. 그런데 몇 개월 후 비난이 좀 잦아들자 팍스콘은 인건비가 오른 광둥성보다 인건비가 싼 내륙 쪽으로 공장을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애플사에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납품하는 가격을 맞추려면 인건비 부담을 줄여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애플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사진)는 연봉으로는 단 1달러를 받았지만 배당금만으로 2010년 약 5조원을 받았다. 종업원이나 주주들도 상당한 혜택을 받았다. 애플이나 애플과 관련된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큰 부를 누리고 있는데, 아이폰을 실제로 만들고 있는 농민공들은 기계처럼 취급받으면서 일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월급을 한국 돈 5만원 정도 올려서 비난을 잠재운 후 공장을 이전해 다시 월급을 낮추려고 하는 팍스콘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납품가가 너무 낮아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을 보면 애플이나 잡스까지도 다시 보게 된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납품가 분쟁 및 상생 논란과 똑같은 경우다.

잡스는 연간 15억~20억원을 자선사업에 기부한다고 한다.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만큼은 못하지만 상당한 사회공헌을 하는 셈이다. 우리 대부분은 잡스를 선견지명을 가진 훌륭한 기업가이자 자선사업을 위해 힘쓰는 선량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이런 시선이 반드시 잘못된 것만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다.

얼마 전 한국 사회에서는 하버드대 마이크 샌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화제가 됐었다. 팍스콘 사례를 보면 바로 정의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수만 명의 농민공을 기계와 다름없이 취급해 벌어들인 돈으로 애플이 엄청난 이익을 챙기며, 그 이익으로 잡스가 멋진 유명 브랜드의 청바지를 입고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자선사업을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자선사업을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가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느냐의 평가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을 자선사업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좋은 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면서 종업원에게 합당한 보수와 혜택을 주는 기업이 최고의 사회공헌을 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종업원이란 납품업체의 종업원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불량한 제품을 구입해 피해를 본 고객이나 대기업의 강압에 의해 납품가가 깎인 협력업체의 입장이라면, 연말에 불우이웃을 위해 해당 회사의 임직원이 연탄을 나르고 김장을 담근다는 보도를 보더라도 감동받을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즉 정당한 방법으로 기업의 본업인 사업에 충실한 것 자체가 사회공헌이다. 거기다가 주주들에게도 합리적인 이윤을 창출하고 국가에도 적정한 세금을 납부하는 것도 훌륭한 사회공헌이다.

봉사활동이나 자선사업을 많이 하느냐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물론 경영을 통해 번 돈으로 자선사업을 열심히 수행하는 훌륭한 기업가도 다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목표가 자선사업은 아니다. 즉 사회공헌을 이야기하려면 사회에 대한 봉사활동이나 기부만 가지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회사가 소비자와 종업원, 주주들이나 국가에 기여하는 바도 포함해 더 크게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많은 세금을 납부해 그 돈으로 정부가 복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훌륭한 사회 공헌이다.

요즘 사회공헌이 중시되자 겉으로는 사회공헌을 외치면서 뒤쪽에서는 자신들의 실속을 챙기는, 이른바 수익성도 높고 편하기도 한 ‘사회책임사업’을 하는 사람도 많이 생기고 있다. 좋은 목적으로 기부한 기부금의 상당 부분을 단체의 운영비나 인건비 등 자신들을 위해 쓰는 것이다. 이처럼 세상에는 한꺼풀만 뒤쪽을 쳐다보면 전혀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사회공헌 활동을 멈추어서는 안 되겠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역시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필자는 2010년 삼일회계법인 산하 삼일미래재단에서 시상하는 비영리 NGO들에 대한 투명경영대상 수상자 선정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심사 과정 중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불우한 이웃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단체가 많다는 것을 알고 기뻤던 경험이 있다. 참고로, 투명경영대상을 수상한 단체는 ‘세이브 더 칠드런 코리아’와 ‘승가원’이었다. 2009년에는 ‘아이들과 미래’가 받았다.

서태식 삼일미래재단 이사장은 “NGO들도 수입과 지출 내역을 명확하게 공개하는 투명경영을 해야 더 많은 사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시상식에서 말했다. 이런 단체들이 앞으로 더 많이 생기고, 한국 사회도 기업의 사회공헌을 더 큰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종학(44) 서울대 경영대학 학부와 석사 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회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학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