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가, 폭락 또는 폭등 가능성은 많이 줄었다

중앙선데이 2011.08.21 00:57 232호 22면 지면보기
8월 들어 증시가 극심한 변동 속에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몇 달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변동성과 하락폭이기에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 흐름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에겐 상당한 공포였다. 하락의 빌미로 작용한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의 재정위기 역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상황이라서 더욱 더 불안감이 크게 느껴졌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필자 역시 낙관론에 젖어 있었기에 이번 하락을 경험하며 심한 자괴감을 느낌과 동시에 잘못 본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그 원인을 살펴보게 된다. 우선 지난 2년 반 동안 시장이 안정된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갖게 된 지나친 낙관론을 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투자자들의 편안함이 커진 결과 금융위기로부터 불과 2년 반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시장에는 또다시 위험 요소는 도외시한 채 수익 극대화에 치중하는 위기 이전의 투자 행태로 회귀했었다. 이게 시장의 위험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원래 시장은 참여자들이 안온함에 빠지면 꼭 경고를 보내는 법이다.

다른 하나의 이유로는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취한 해법의 성과에 대한 오해를 들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의 해법은 개인과 금융회사의 과도한 부채를 정부의 부채로 이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각국 정부는 이를 위해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늘려 일단 시간을 번 상태에서 금융시스템의 정상화를 유도해 통화 유통 속도를 증가시키고 아울러 민간 기업에 의한 경기 회생을 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위기 이후 2년 동안은 그러한 정부의 해법이 어느 정도 유효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민간에 의한 경기 회생이 기대한 만큼 나타나지 않으면서 오히려 정부의 과도한 부채가 문제되기 시작한 것이 요즘의 ‘더블딥(이중침체)’ 논쟁이다. 이것이 시장 불안의 주범이 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이번 위기의 주역들은 어떤 부양책을 쓴다 하더라도 애당초 문제의 원인이 쉽사리 해결될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 다시 2008년 이전 상태로 돌아갈 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미국은 잘 되어야 완만한 저성장으로의 복귀고 유로권은 독일과 같이 건강한 국가가 상당 부분 책임을 떠안든지 아니면 유로권 해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 여름 주가의 하락과 극심한 변동성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느슨했던 위험의식을 새롭게 하고,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기대치를 재조정하는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다. 신용과 미수금에 의존한 매매 행태나 특정 소수 종목에 집중한 매수 등은 이번 여름을 지나면서 그 위험이 얼마나 큰지 드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국을 위시한 신흥국들의 경제 상황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요소다. 지난주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를 방문해 중국 정부의 관리들과 주요 기업들의 담당자들을 만나고 돌아왔는데 인플레 우려가 많이 낮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중국 정부의 부양 정책 여지가 아직도 충분히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불안한 상황은 분명하지만 비관론에만 빠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최근 부쩍 자주 들리는 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은 승자들의 잔치가 다시 재현될 조짐이기에 이 역시 증시 관점에서만 보면 긍정적이다. 당분간 주가는 변동성이 큰 양상에서 벗어나긴 어렵겠지만 현 수준에서 큰 폭의 하락이나 상승으로 바뀔 가능성 또한 낮다고 본다.

업종별로는 신흥국들의 소비나 인프라 투자 등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가 확실한 분야에서 브랜드와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에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모바일 생태계로의 변화라는 급격한 환경 변화를 맞고 있는 정보기술(IT) 분야는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들에 상당한 위협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단기적으로는 너무 일방적으로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한편 선진 각국에서 일고 있는 청년 소요의 확산과 우리 사회에서도 일고 있는 부의 편중에 대한 사회적 이슈 제기 등은 향후 기업 이익이 과거 기록했던 수준에서 일정 부분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최근 10여 년간 유지됐던 기업들의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준이 후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높은 유동성과 우리나라를 위시한 신흥국들의 상대적 건전성이 주가 상승을 전망케 하는 요인이라면 ROE의 하락 가능성은 주가 하락 요인이다. 장기적으로 이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강신우(51) ‘펀드매니저 1세대’로 통한다. 1991년부터 펀드매니저의 길을 걸었다. 99년 현대투신 ‘바이코리아’ 펀드 신화의 주인공이다. 템플턴·PCA·한국투신운용을 거쳐 현재 한화투신운용과 푸르덴셜자산운용의 합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