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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외모 아무리 달라도 DNA 차이는 0.1%뿐

중앙선데이 2011.08.21 00:36 232호 28면 지면보기
우리를 ‘인간’이라고 말하는 특징들은 무엇일까? 초기 인류의 조상들은 12종 이상이다. 그러나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멸종했다. 그 이유와 진화의 근거들은 무엇일까?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인류의 기원’ 전시는 이 질문들에 관한 전시다.

권기균의 과학과 문화 과학의 눈으로 본 인류

전시실 입구는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의 터널’이다. 벽에는 인류 진화를 촉발시킨 강력한 기후 변화와 환경, 그리고 아홉 종의 초기 인류 모습들이 하나씩 나타난다. 각 도입부에는 5종 초기 인류 화석들이 있다. 수백만 년에 걸친 얼굴과 두개골의 변화를 돋보여준다. 진화의 증거도 함께 제시돼 있다. 옆에는 초기 인류들이 영장목의 4부류(나무두더지류, 날원숭이류, 플레시아다피스류, 영장류)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보여주는 계통수가 있다.

인간은 영장류다. 영장류는 원원류, 안경원숭이, 원숭이, 유인원으로 분류되고, 인간은 유인원에 속한다. DNA 분석을 통해 과학자들은 현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영장류 그룹인 원숭이들과 유전자적 특성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침팬지는 98.8%, 고릴라 98.4%, 오랑우탄 96.9%, 붉은털원숭이 93%다. 참고로 쥐는 85%, 닭 75%, 바나나는 60%의 유전자가 일치한다. 이들의 공통 조상인 아프리카 유인원들은 8만~600만 년 전에 살았고, 진화가 많이 진행된 곳도 아프리카다. 6만~200만 년 전 초기 인류 화석들은 모두 아프리카에서 발견됐다.

초기 인류가 이주를 시작한 것은 약 200만~180만 년 전이다. 그리고 150만~100만 년 전 유럽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오스트랄라시아(호주와 그 일대 섬)에 들어간 것은 약 6만 년 전, 아메리카대륙으로 이동한 것은 3만 년 전이다. 농업의 시작과 첫 문명의 발생은 1만2000년 전이다.

과학적으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과학자들은 신체적 특징과 행동들을 근거로 ‘인간’을 정의한다. 특징과 행동들은 갑자기 진화한 것이 아니다. 수백만 년이 걸렸다. 직립보행, 도구 사용, 신체의 진화, 더 큰 뇌, 사회적 네트워크의 개발, 상징과 언어의 창조 등 진화의 주요 이정표들이 알기 쉽게 표현돼 있다.

이 전시의 좋은 점은 관람객이 과학자의 눈으로 화석들을 보는 법을 배우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면 1974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화석 ‘루시’는 나무를 꽉 잡기 위해 넓적다리뼈들의 각도가 무릎 관절 바깥쪽으로 향해 있으면서 손가락은 길고 휘어져 있다. 또 효과적으로 걷기 위해 무릎은 몸의 중간 바로 아래에 놓여 있다. 이 ‘원숭이 같고 사람 같은’ 특징들은 초기 인류가 약 400만 년 전부터 진화해 직립보행으로 이행하는 것을 말해준다. ‘루시’의 종족들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사진)는 나무에 오르고 걷는 능력을 가졌고 주변의 다양한 재료들을 도구로 사용했다. 또 탄자니아에서 발견된 27m 길이의 화석에는 두세 종류의 유인원들의 발자국 69개가 있다. 그중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엄지발가락만 크고 길다. 나무에 오르기 위해서다. 다른 종류는 차이가 없다. 그들은 우리 현생 인류 역사의 4배인 90만 년 이상을 생존했다.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의 화석도 마찬가지다. 몸체의 형상과 크기 변화가 특징이다. 케냐에서 발견된 11~12세 남자아이의 호모 에렉투스 화석은 키가 160㎝에 길고 홀쭉한 몸과 긴 다리를 가졌다. 이것은 덥고 건조한 아프리카에서 살아가기에 적당하다. 유럽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성인 화석은 키가 작고 몸이 뚱뚱하다. 이것은 열을 유지하기에 적합해서 유럽의 빙하기와 추운 겨울을 나기에 알맞은 체형이다.

주요 화석 발굴 현장도 재현돼 있다. 1948년 남아공 동굴의 180만 년 전 표범 이빨에 찔린 두개골 발굴 장면은 관람객이 화석 샘플을 직접 만지며 각 화석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다. 내레이션과 저속촬영 동영상이 분위기를 연출한다. 케냐에서 발굴된 코끼리 사냥 화석은 100만 년 전 이미 인간이 협업을 하고 도구도 사용했음을 보여준다. 또 이라크에서 발굴된 6만5000년 전 네안데르탈인 무덤은 배열된 꽃과 나뭇가지들이 당시에 장례의식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전시장 중앙의 진화를 보여주는 두개골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7만~600만 년 된 사하란트로푸스 차덴시스, 큰 이빨 때문에 ‘호두까기 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 250만 년 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 화석 등이다. 인류 조상의 화석은 지금까지 약 6000 여 개가 발굴됐다. 홀 중앙에는 아티스트 존 구르시가 2년 반 동안의 작업 끝에 실감나게 완성한 8종 인류 조상들의 얼굴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생 인류 호모사피엔스는 20만 년 전부터 동부 아프리카에서 지구 전역으로 확산됐다. 지구촌 곳곳에서 발견되는 같은 종류의 화석들이 그 증거다. 환경에 적응하면서 신체적 문화적 차이들이 나타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크기나 형상, 피부, 눈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현대 인류들은 DNA 상으로 너무나 일치한다는 점이다. 단지 0.1%만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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