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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밤샘 외도, 아내의 밀회...벼락부자 꼬집은 윌리엄 호가스

중앙선데이 2011.08.21 00:23 232호 8면 지면보기
윌리엄 호가스의 ‘결혼식 직후’
유럽인들에게 18세기는 산업혁명의 세기이며 산업혁명으로 힘을 길러 해외로 뻗어나가던 모험의 세기였다.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문학계에서는 『걸리버 여행기』와 『로빈슨 크루소』처럼 모험과 개척정신을 강조하는 소설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제인 오스틴과 같은 여류작가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김형진의 미술관 속 로스쿨 <23>작품에 나타난 간통

이미 식민지가 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물론,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도 해외에 진출해 식민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세계 각지의 식민지에서 막대한 물자가 흘러들어오면서 유럽 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되면서 도덕적으로 해이해졌고 생활풍습은 문란해졌다. 대부분의 벼락부자들이 그렇듯 유럽의 부유층들도 파티와 향락에 빠져 가정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게 된 것이다.

이즈음 영국의 화가 윌리엄 호가스(1697~1764)는 부유층들이 사는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한 ‘요새 유행하는 결혼풍속도’ 시리즈를 남겼다. 이 그림들은 영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많은 인기를 끌었다. ‘결혼식 직후’ 또는 ‘비밀 이야기’라는 작품을 보자. 이 그림은 한마디로 도덕이 무너진 영국의 부유층 가정을 그린 것이다. 많은 미술학자는 이 그림이 밤새 외도를 하고 돌아온 남편, 그동안 애인과 밀회를 즐긴 아내, 이 둘을 한심하게 생각하는 집사, 이렇게 세 사람을 묘사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우선 벽난로 위에 올려져 있는 부처의 모습은 유럽의 부유층들이 식민지 경영의 경험을 통해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남편의 목에 붙어 있는 붕대는 외도를 일삼은 남편이 성병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또 오른쪽을 보면 남편이 피곤함에 지쳐 의자에 기대 있는데 강아지가 남편의 왼쪽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끄집어내고 있다. 강아지가 입에 물고 있는 것은 다른 여자의 속옷이라고 한다. 이 그림 속 남편처럼 결혼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정을 통하는 경우 간통죄가 성립된다.

간통죄는 역사상 중죄로 여겨져 왔다. 지금도 회교 국가에서는 간통죄를 저지르면 군중이 돌을 던져 죄인들을 죽이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간통죄를 처벌해 왔는데 이미 고조선 시대부터 간통을 처벌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형법은 간통죄를 저지른 당사자 모두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에는 간통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대개 구속하는 등 엄격한 처벌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요즘에는 간통죄가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저지르는 범죄의 절반 정도는 간통죄다. 이 정도로 간통이 성행하니 시대에 맞지 않게 엄격한 간통죄 때문에 쓸데없이 전과자만 양산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동안 간통죄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청구가 다섯 번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현직 판사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심판을 청구해 불륜 남녀들을 간통죄로 처벌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가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간통죄 폐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간통죄를 형사처벌하는 나라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증거를 제시하며 개인의 사생활에 나라가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형법상 간통죄가 지금까지 남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입장이던 아내들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수천년 동안 우리가 익숙해진 간통죄에 대해 이번에도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간통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날은 오래지 않아 올 것으로 보인다.



김형진씨는 미국 변호사로 법무법인 정세에서 문화산업 분야를 맡고 있다.『미술법』『화엄경영전략』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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