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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에코시스템

중앙일보 2011.08.17 00:16 종합 35면 지면보기








오렌지색 몸체에 흰 띠를 두른 겁쟁이 물고기가 흰동가리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이다. 광대처럼 생겼다고 서양에서는 ‘클라운 피시(Clown Fish)’로 부른다. 주로 말미잘 주위를 배회하다 덩치 큰 녀석이 다가오면 쏜살같이 말미잘 촉수 속으로 숨는다. 촉수에는 독성이 있어 ‘아가리’도 멈칫한다. 대신 말미잘의 천적들을 흰동가리가 쫓아낸다. 말미잘 이름을 붙여 ‘아네모네 피시(Anemone Fish)’로도 부르는 배경이다. 전형적인 ‘공생(共生)’ 관계다.



 약육강식의 자연계엔 필연적으로 ‘공생의 거미줄’이 촘촘하다. 악어와 악어새, 고비물고기와 새우, 감자와 뿌리혹박테리아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항상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리(相利) 공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동 수단으로 곤충을 이용하는 진드기, 포유류를 활용하는 의갈류, 조류에 달라붙는 노래기가 있다. ‘운반공생’인데, 한쪽은 이득을 얻지만 다른 쪽은 이득도 손해도 없다. 바로 ‘편리(片利) 공생’이다. 한쪽은 이익을, 다른 쪽은 피해를 보는 것은 ‘기생(寄生)’이다. 기생충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들 모두가 넓은 의미의 ‘공생’이다. 부대끼며 살아가는 생존양식이다.



 ‘생태계(ecosystem)’는 긴장의 연속이다. 평온한 듯 아름다운 초원도 곳곳이 생사(生死)의 갈림길이다.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사자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냥 성공률이 30% 정도다. 다치기라도 하면 굶어 죽기 십상이다. 아무리 사자라도 얼룩말이 줄고, 푸른 초원이 메마르면 공멸(共滅)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생태계를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바로 ‘상생(相生)’이다. 물고 물리는 ‘먹이그물’에서 다양한 개체들이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긴장 속의 상생이 가능한 것이다. 어쩌면 생태계의 작동원리는 ‘무위(無爲)’다. 노자(老子)도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 하지 않았나.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연설에서 ‘공생 발전’을 강조했다. 한데 영어로는 ‘생태계형 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이란다. 뜻대로라면 ‘공생’보다는 간섭이 없는 무위(無爲)의 시장(市場)적 발전에 가깝다. 설마 편리공생이나 기생까지 포함한 공생을 뜻하진 않았을 터다. 그러면 다양한 사회경제적 구성원의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바탕으로 한 ‘상생(相生) 발전’이란 표현이 적당하지 않았을까. 덧붙여 ‘무위지사(無爲之事)’면 더할 나위 없고.



박종권 jTBC특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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