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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엄격한 유대인들이 한국 스님들 무대에 마음 열었습니다”

중앙선데이 2011.08.14 01:56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영산회상- 니르바나’로 이스라엘 다녀온 법현 스님과 김종규 문화유산신탁 이사장

K팝만 한류(韓流)가 아니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영산재’(2009년 9월 30일 지정·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 50호)는 이스라엘을 달궜다. 제24회 카미엘 국제무용제(7월 12~14일)에서 ‘영산회상-니르바나’는 90분간 2만5000석 야외 무대를 열광시켰다. 파바로티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거쳐간 텔아비브 오페라하우스의 1700석도 매진됐다. 유대교의 성지에서 한국 불교문화가 이슈가 됐다는 것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공연을 총괄한 법현 스님(한국불교 태고종 문화종무특보·동국대 한국음악과 교수)과 무대를 참관한 문화유산국민신탁의 김종규 이사장은 아직도 그날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했다.







지난 7월 이스라엘에서 열린 ‘영산회상’ 공연을 반추하고 있는 법현 스님(왼쪽)과 김종규이사장.





-이스라엘 공연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3년 전부터 추진했습니다. 이스라엘 테러 때문에 한 차례 무산됐다가 카미엘 국제무용제 조직위의 초청을 받았죠. 올해 무용제에서는 우리 무대가 하이라이트였어요. 동양팀이 메인 무대에 오른 것은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간 김에 예루살렘 대극장(10일), 혜자리아 대극장(11일), 텔아비브 오페라하우스(14일) 공연도 추가했습니다. 스님 40여 명을 포함해 100여 명이 움직인 대부대였죠.”(법현)







‘영산회상-니르바나’에서 나비춤을 추고 있는 스님들.





-한국 불교계가 힘을 모았다면서요.

“태고종 총무원장 인공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혜정 정사,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 등 4대 종단의 대표스님과 원불교 양은용 정역원장, 조계종 스님 10여 분 등이 참가했습니다. 큰스님들이 직접 무대에 오르니 이스라엘 사람들이 깜짝 놀라더군요.”(법현)



-영산재는 언제부터 해외 공연을 시작했습니까.

“13년간 51개국 무대에 올랐습니다. 저는 1980년대부터 큰스님들을 모시고 쫓아다녔습니다.”(법현)



-이번 무대는 좀 달라졌습니까.

-“지난 4월 국립극장에서 개최한 무대를 많이 다듬었습니다. 카미엘 국제무용제의 아하론 솔로몬 위원장 등이 당시 내한해 꼼꼼히 챙겨보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느린 것은 빼고 4분 이내로 빠르게 진행할 것, 어린 아이의 시각으로 무대를 볼 것, 음악과 무용이 끊어지지 않게 계속 연결할 것 등 매우 구체적이었어요.”(법현)



“유대인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자기 안방에서 하는 행사의 메인 무대를 허투루 내줬겠습니까. 이스라엘에서 6년째 근무 중인 마영삼 대사는 처음엔 조마조마했대요. 이곳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하면 정말 가차없이 일어나는데 한국 전통불교 공연에 정말 관심들이 있을까 하고. 하지만 기립박수에 앙코르 요청이 이어지자 정말 기뻐하더라고요. ‘대사로 있으면서 저 오페라 극장 무대에 한국 작품 한번 올려 보는 게 꿈’이었는데 소원을 풀었다는 거죠. 삼성이나 현대가 10년 걸려 할 일을 한국 불교계가 사나흘 만에 해버렸다고 말하는 분도 계시더라고요.”(김종규)



영산재(靈山齋)는 인도 영취산(靈鷲山)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여러 중생을 모아놓고 법화경을 설하는 모습을 음악과 노래와 춤으로 재현한 의식이다. 불교 음악인 범음범패(梵音梵唄)에 바라춤과 나비춤·법고춤 등 무용적 요소, 부처나 보살의 모습을 그린 괘불과 감로탱화 등 미술적 요소가 더해져 불교예술의 정수로 꼽힌다. 이번 ‘영산회상-니르바나’는 여기에 한국 전통공연까지 요소요소에 집어넣었다. 왕의 역할을 맡아 단역으로 무대에도 오른 이성헌(한나라당) 의원은 “국악 공연은 좀 늘어지는 감이 있는데 고전무용과 사물놀이까지 넣고 역동적으로 구성한 것이 제가 보아도 재미있었다”며 “4선 의원이자 한·이스라엘 친선협회를 맡고 있는 아론 회장은 계속해서 브라보를 외쳤다. 공연 DVD를 요구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국 문화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공연하면서 특히 좋았다고 생각한 점은.

“현지인이 무대에 함께 올랐다는 점이 더욱 호응을 이끌어내지 않았나 싶어요. 지난 5월 김영렬 연출과 김향금 무용 총괄이 답사를 다녀와서는 무대가 300명은 오를 수 있는데 우리도 140명 정도는 있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궁리 끝에 40명은 현지에서 조달하기로 하고 주최 측에 요청했더니 남녀 고교생 40명을 추천해주었어요. 그들에게 DVD를 보여주고 옷을 입히고 조교를 붙여 간단한 춤동작을 가르쳤지요. “(법현)



“학생들이 공연 전부터 너무들 좋아하더라고. 오페라극장 무대에 서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라는 거지. 부모들까지 와서 사진 찍고 정말 난리가 났어요. 그 아이들이 모두 친한파가 될 것 아닙니까.”(김종규)



-부대행사도 다양했다고 들었습니다.

“유대교 랍비 전·현직 지도자를 만났습니다. 종교 간 벽을 뛰어넘어 세계 평화를 위한 교류를 계속 하자는 원칙에 합의를 했습니다. 15일 텔아이브대에서는 국제학술세미나도 개최했고요. 범패의 기본 동작 등을 가르쳐주는 영산재 워크숍에는 불교에 관심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수강인원을 제한할 정도였습니다.”(법현)



-전통 문화유산이 화석이 되지 않고 생명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 소르망 교수가 이렇게 말했지요. 나라가 발전하려면 그 나라 문화예술이 생명력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세포가 죽고 태어나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다시 말해 전통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번에 ‘영산회상’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사람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부채춤 같은 빠른 무대를 적절히 섞었기 때문입니다.”(김종규)



-앞으로 공연 일정은 어떻습니까.

“올 하반기에는 우즈베키스탄 제 8회 사마르칸트 국제음악페스티벌(8월 25~30일)과 일본 나라 이코마 국제음악제(11월 1~5일)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최근 들어 범패 음악을 현대적으로 편곡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 나라에서는 새로운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법현)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사진 최정동 기자,한국불교 태고종 영산재보존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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