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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풍경

중앙선데이 2011.08.14 01:55 231호 10면 지면보기
더러 길을 걷다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스쳐 지나칠 풍경이 지난날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으로 다가와 걸음을 멈출 때가 있습니다. 대개 이런 경우는 골목길의 어느 구석진 곳이거나, 집이나 건물의 뒷모습일 때가 많습니다. 별것 아닌 것이 별것으로 다가오는 것은 쌓여 있는 시간의 태에 아름다움과 쓸쓸함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벽돌집과 콘크리트 건물과 시멘트 블록 집의 슬레이트 지붕. 아프리카 봉선화 심어 줄 맞춘 플라스틱 화분과 고추 심은 시멘트 블록 텃밭. 빨랫줄에 매달린 생선 건조 망과 비닐장판 외벽. 어지러이 널린 건지, 가지런히 모아진 건지 모를 옥수수 껍질들. 실컷 비를 뿌리고 흩어지는 구름을 나누는 전깃줄. 사람 손길 가득 담긴 모두를 밝힌 햇빛까지-.

많은 것들이 자기 자리에 있습니다.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 모를 애매모호한 느낌에 걸음이 멈춘 것은 저들에게 쌓여 있는 시간의 흔적에 대한 반응입니다. 시간은 점에서 선으로 이어지지만 그 점에는 지난 시간과 다가올 시간이 함께 있습니다. 저들을 보고 선 이 자리가 저와 저들의 과거이며 미래입니다. 이곳에 왔다가 갑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중정다원’을 운영하며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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