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수경의 시시콜콜 미국 문화 : 말 많은 오프라 윈프리 ‘명예 오스카상’

중앙선데이 2011.08.14 01:18 231호 5면 지면보기
최근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오프라 윈프리를 명예 오스카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그녀는 오는 11월 12일 열리는 운영위원 시상식(Governors Awards)에서 박애와 인도주의적 공헌으로 영화계를 빛낸 인물에게 주어지는 ‘장 허숄트 인도주의상’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5억 달러 이상의 돈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진 그녀에게 어쩌면 당연한 소식이지만, 이 결정을 두고 할리우드에서는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영화계선 애송이 윈프리, 공로상 받기도 안 받기도 난감

문제는 윈프리가 영화계와는 너무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점이다. TV에서는 거물인지 몰라도 영화계에서의 업적은 미미한 그녀에게 명예 오스카상을 수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

포문을 연 것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패트릭 골드슈틴이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칼럼에서 “윈프리의 업적을 인정하지만 왜 굳이 영화인들에게 수여되는 이 상을 그녀가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올해 초 열렸던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단 한 명의 흑인 배우도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한 것을 두고 비난이 일자 이를 무마하려고 일부러 윈프리를 명예 오스카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공격했다.

윈프리의 수상 소식이 순수하게 들리지 않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결정이 발표되기 직전 주최 측이 내년 오스카상 진행자로 윈프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 상은 그에 대한 일종의 뇌물 아닌 뇌물인 셈. 사실 오스카상 시상식은 최근 예전보다 재미가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상식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기 위한 묘안 중 하나가 바로 윈프리를 진행자로 세우는 것이다.

사실 단순한 방송인을 넘어 하나의 문화권력이 돼 버린 그녀를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윈프리는 조금 과장하면 이제 위인전에 다뤄질 법한 인물이 됐다. 자선재단을 만들어 전 세계 여성과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 ‘기부의 여왕’을 비판하는 것은 마치 사랑이나 인류애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만큼이나 불경스럽게 간주된다.

예상대로 골드슈틴의 칼럼은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비록 오래전이긴 하지만 윈프리가 오스카상 여우조연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만큼(1985년 ‘컬러 퍼플’) 엄연한 영화인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과, 그녀의 선행은 높이 평가하지만 영화계 발전에 기여한 바가 없으므로 명예 오스카상 수상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주최 측은 그녀가 여전히 아카데미의 회원이므로 수상자 자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명예 오스카상이 누구에게 돌아가든 그 사람의 선행으로 많은 어려운 사람들이 구제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것이겠지만, 굳이 커리어의 99%를 TV에서 보낸 윈프리에게 이 상을 줘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영화인들의 잔치는 그냥 영화인들의 것으로 두어도 좋지 않을까? 먼저 상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받기도 안 받기도 민망해져 버린 윈프리의 입장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수경씨는 일간지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유학하고 있다.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