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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아는 진리 … 세금, 아는 만큼 줄일 수 있다

중앙선데이 2011.08.14 00:37 231호 22면 지면보기
운명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한 사람의 죽음은 가족에게 슬픔을 남긴다. 부자들의 경우 슬픔뿐만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남기기도 한다. 사전 준비 없는 죽음은 재산 문제로 남아있는 자들에게 당혹감과 혼란을 줄 수 있다.

윤설희의 부자들의 성공 DNA

부자들이 미리 적절하게 교통정리를 하지 않은 채 갑작스레 사망하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자녀들에게 엄청난 금액의 상속세라는 짐을 남기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부자는 인생의 황혼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일찌감치 사전 증여를 한다. 순조로운 상속과 절세의 길을 차근차근 밟는 것이다.

80대 초반인 L씨는 40여 년 넘게 소유한 서울 인근의 토지가 보금자리주택사업 택지로 지정돼 최근 보상을 받았다. 시가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보상을 받아 다소 서운한 마음이 있었지만 보유했던 땅이 농원으로 사용될 정도로 규모가 컸기 때문에 전체 보상금액은 50억원이 넘었다. 그는 이미 5년 전 세무 상담을 통해 자녀 앞으로 토지의 일부를 증여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토지 보상에서 자녀들도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건강상 특별한 문제는 없으나 앞으로 10년 이상을 살 자신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는 거래하는 PB센터로부터 세무 상담을 받은 뒤 이번에 보상받은 현금을 자녀들에게 주지 않았다. 그 대신 2명의 며느리와 2명의 사위에게 각각 10억원씩 증여했다. 왜일까.

L씨의 경우 보상받은 자금을 자녀에게 증여했다면 ‘증여 시점에서 소급하여 10년 전 증여재산을 합산한다’는 현행 세법을 따라야 했다. 따라서 5년 전 증여한 토지와 현재 증여 재산을 합쳐 최대 50%의 세율을 적용받을 상황이었다. 현금 10억원만 해도 5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지금 자녀에게 증여를 하고 10년 내 사망할 경우 현재 증여한 자산이 상속재산에 합산된다. 역시 최고세율인 50%가 적용된다.

고민 끝에 그는 자녀보다는 사위와 며느리에게 증여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렇게 해서 유리한 점은 법정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증여할 경우 상속일로부터 소급하여 5년 내에 증여한 자산만 상속재산에 합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앞으로 5년 이상 생존한다면 이번 증여재산은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상속세 절세가 가능한 것이다.

개업 의사인 K씨는 50대 중반이다. 대학병원에서 저명한 교수이자 전문의였던 그는 10여 년 전 대학에서 나와 개업을 했다. 그때부터 다른 것을 돌아볼 여유 없이 병원 일에만 매진했다. 유명세를 타고 병원은 성업을 이루어 짧은 기간에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던 중 그는 지난해 5월 종합소득세를 내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벌었던 돈을 은행 예금에만 부어왔는데, 예상을 넘는 큰 금액의 종합소득세를 내게 된 것이다. 사업에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세테크에는 실패한 것이다. 결국 그는 그동안 진료에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기를 꺼려왔던 은행의 PB에게 절세를 위한 세무 상담을 요청했다.

K씨는 10년간 사업소득으로 쌓인 자산이 30억원이 넘는다. 해마다 금융소득이 1억원을 초과했다. 1인당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넘을 경우 사업소득과 합쳐 종합소득세(금융소득 종합과세)가 계산된다. 따라서 K씨에게 필요한 것은 과세표준의 분산이었다. K씨에게는 배우자 증여를 통해 과표를 분산하고 비과세 상품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남은 자금은 분리과세 상품이나 분기별 이자수령 상품으로 이자의 수입시기를 적절히 분산해 한 해의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사업소득과 합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K씨가 세무 상담 후 다시 짠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자. 그는 총 자산 36억원이 있다. 우선 이 중 10억원씩을 각각 장기저축성 보험과 국내주식형 펀드에 들었다. 이 상품들은 비과세 혜택에 초점을 맞춘 선택이다. 장기저축성 보험은 10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다. 피보험자는 기대수명이 긴 아내로 했다. 은퇴 예정인 5년 후부터는 연금 수령도 할 수 있다. 국내주식형 펀드는 주식매매 차익이 전액 비과세다. 배당소득만 과세한다.

6억원은 아내에게 증여했다. 배우자 간에는 10년에 1회씩 6억원 한도에서는 증여세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3억원은 1억원씩 나눠 선박펀드에 가입했다. 2013년 말까지 선박펀드 배당액은 분리과세(1억원 이하 5.5%, 1억원 초과분은 15.4%)하기 때문에 종합소득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연 6~7%의 배당을 받을 수 있으며, 만기 시 선박 처분에 따른 자본이익은 비과세 대상이다.

5억원은 65개월 만기의 은행 후순위채권을 사는 데 썼다. 이 상품은 분기마다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다. 나머지 2억원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 넣었다. 필요할 때 언제든 비상자금으로 쓰기 위해서다. 이런 자산 분배를 통해 K씨의 금융소득은 연 3000만원을 넘지 않게 됐다. 내년부터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면 세금을 더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진짜 부자들은 세금에 민감하다. 5%의 추가 수익보다 5%의 절세를 가치 있게 생각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알고 있는 진리가 있다. 정당한 세법의 테두리 내에서 세금은 아는 만큼, 노력하고 준비하는 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윤설희(48)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국민은행에 들어갔다. 25년간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명동중앙 지점장과 고객만족부장, 서초·도곡 프라이빗 뱅킹(PB) 센터장을 거쳐 현재는 압구정 PB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핀란드 헬싱키대에서 MBA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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