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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 1800선이 의미 있는 이유

중앙선데이 2011.08.14 00:32 231호 22면 지면보기
이달 초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한 것을 계기로 글로벌 증시는 15% 내외의 하락을 경험했다. 코스피지수도 글로벌 증시 조정과 함께 고점에서 약 18% 하락하며 18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에 남유럽 위기, 미국 더블딥 우려가 커지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2차 양적완화 논의가 본격화되기 직전 수준으로 되돌려진 셈이다.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된 데는 투자자의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 경제가 소프트 패치(일시적 경기 둔화)를 겪는 것인지, 아니면 더블딥으로 빠지는 것인지에 대해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일반적으로 경기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순환하게 된다. 최근 발표되는 미국 거시경제 지표들은 이번 경기 하강이 당초 예상했던 완만한 둔화 과정이 아니라 급격히 하강하는 경기침체(recession)일 수 있다는 우려를 높였다. 지난 상반기에 상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부담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유럽 재정 리스크, 미국 부채한도 증액 등 선진국의 부채 위기가 불안감을 가중시키면서 소비자 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는 소득보다 지출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실제 소비를 감소시켰다. 기업들이 보유한 재고가 소진되지 못하면서 생산마저 둔화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부진에는 일본 지진, 미시시피 홍수 등으로 인한 부품 공급 및 생산 차질과 같은 마찰적 요인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외부 충격을 쉽게 극복하지 못할 정도로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는 점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다.

미국 경제의 또 다른 불안 요인은 이달 초 미국 부채한도 증액 과정에서 통과된 재정 긴축안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민간 소비가 차지하고 약 20%를 정부 지출이 감당한다. 민간 부문 회복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정부까지 지출을 줄이게 되면 경기 하강을 방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JP모건은 향후 10년간 약 2조4000억 달러 규모의 정부 재정지출 감소안으로 미국 경제성장률이 약 1~1.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과거 미국에서 대공황 이후 회복기에 발생했던 더블딥과 유사한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당시 미국은 1929년 대공황을 대규모 정부 지출로 타개하려 했다.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자 재정 지출과 통화량을 줄이는 긴축 정책을 시행했다. 결국 37년에 다시 경기침체로 재진입하면서 더블딥을 겪었다.

그러나 시장이 우려하는 것처럼 미국 경제가 다시 경기침체로 진입하는 더블딥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선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다. 과거 대공황 이후 발생한 더블딥은 재정긴축과 더불어 통화긴축도 함께 시행됨에 따라 시중 유동성이 위축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그런데 현재 유동성 위축은 우려되지 않는다. 미국 연준은 2013년까지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결정했다. 필요하다면 양적완화를 재실시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둘째, 기업의 재고 부담이 지나칠 정도의 높은 수준은 아니다. 미국 기업들의 전반적인 재고 수준은 2008년 경기침체 직전 최대치를 기록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재고 수준은 그때보다 낮다. 2008년에는 기업들이 재고 부담 때문에 생산과 고용을 줄이기 시작한 것이 경기침체의 시작이었다. 이 점을 고려하면 높지 않은 재고 수준은 경기침체 재발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셋째, 지난 1년6개월 동안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가계 소득이 증가했다. 저축이 늘어나면서 가계 재정이 금융위기 당시보다 튼튼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상품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가계의 물가 부담이 낮아지면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소비 역시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97년 이후 미국이나 한국 경제 상황이 마이너스 성장이 장기화되는 경기침체 국면에서는 주식시장은 45~50% 하락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아닌 일시적 경기둔화 국면에서는 20% 수준의 조정에서 하락이 제한됐다. 미국의 풍부한 유동성, 낮은 재고 부담과 실질 구매력 증가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현재의 상황은 더블딥보다는 소프트 패치일 가능성이 크다. 대형주가 30~40%가량 급락하는 가운데 고점에서 20% 가까이 조정받은 코스피지수 1800선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판단되는 이유다.




박건영 2004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들어간 후 간판 펀드인 디스커버리펀드를 최고 수익률 펀드로 만들어 이름을 날렸다. 2009년 브레인투자자문을 세워 투자자문사 전성시대를 열었다.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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