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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는 골드러시 바람

중앙선데이 2011.08.14 00:13 231호 30면 지면보기
‘매기의 추억’ ‘스와니 강’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민요로 서부개척시대 광부들의 고단한 삶을 노래한 ‘클레멘타인(Clementine)’이 있다. 애잔한 선율은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로 시작되는 가사의 원래 내용은 캘리포니아 골드러시(Gold Rush) 때 강에서 사금을 캐는 아버지를 따라온 어린 소녀가 물가에서 놀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것을 탄식하는 슬픈 이야기다.

1848년 새크라멘토 강 근방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막을 연 골드러시는 1849년 흔히 ‘포티나이너(49er)’로 불리는 이주민들에 의해 본격화됐다. 25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서부로 이주했고 금광 붐을 타고 미국으로의 이민 또한 급증했다. 한때 연 100t 넘는 금이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됐고 연방예산을 뛰어넘을 만큼의 금이 선적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부가가치는 포티나이너가 아닌 대도시의 자본가와 은행으로 흘러 들었다.

금을 찾아 부자가 된 사람은 극소수였지만 골드러시를 통해 몰려든 인구는 미국 서부 개척을 촉진한 원동력이 됐다. 비로소 캘리포니아 등 서부 주(州)들이 미국 영토로 의미 있는 발전을 시작했으며 채굴된 금은 미국의 산업화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재원이 되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부수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금이 다시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물시장에서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온스당 1800달러를 넘어섰고 각국 중앙은행들도 앞다퉈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은 8000t 이상의 세계 최대 금 보유국이며 독일·국제통화기금(IMF)이 뒤를 잇고 있다. 올 들어 인도·중국·러시아는 물론 태국·멕시코의 중앙은행들까지 달러화에 치중했던 보유 외환을 다변화하고자 금을 매입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5t을 매입해 총 39t으로 세계 45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외환보유액의 0.4%만을 금으로 보유하는 데 비해 미국·독일·프랑스 등 선진국은 70% 이상의 높은 금 보유 비중을 보이고 있다. 달러화 약세와 금값 강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정책 마련이 요구되는 이유다.

개인의 금 선호가 꾸준히 느는 것도 금값 상승을 부채질한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총 16만5000t의 금 가운데 70%는 귀금속과 보석 등 소비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 중 상당량은 문화적 전통의 영향으로 동아시아·인도·중동에 집중돼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무려 220여t의 금이 모아진 것은 우리나라의 각 가정에도 적지 않은 금붙이가 산재돼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 금을 모아 수출한 가격이 온스당 280달러 정도였으니 현재의 6분의 1이 채 안 되는 가격이다. 금값이 고공 행진을 계속한다면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남아공·중국·호주 등 세계 주요 금 생산국에서는 경제성을 이유로 폐광됐던 금광들까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전 세계 매장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면서도 생산 여건 악화로 금 생산량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주었던 남아공에서는 미개발 금광에 대한 합작투자 파트너를 찾기 위해 한국 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제성과 향후 국제 금융시장의 동향을 잘 살펴보고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세계금위원회(WGC)의 예상대로 금값이 2500달러를 넘어서는 시나리오를 가정한다면 산업용 원자재 확보와 투자 목적을 위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제2의 골드러시가 또 어떤 기대 밖의 효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송기홍 1992년 프록터앤드갬블(P&G) 브랜드매니저, 96년 맥킨지 시카고오피스 컨설턴트로 일했다. 2007년 모니터그룹 아태 대표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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