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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인 非종교인 늘고, 기독교에도 ‘차이나 파워’

중앙선데이 2011.08.13 23:48 231호 8면 지면보기
일부 학자는 종교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종교적 본능은 인간 뇌에 뿌리내린 실체라는 것이다.

중앙SUNDAY 창간 4주년 기획 10년 후 세상 <20> 종교

인간은 궁극적인 실체, 진리, 진상(眞像)을 추구한다. 미국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09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아직은 아니라고 답하겠다.” 인간은 어쩌면 아직 궁극적인 실체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사라져야 할 종교 자체가 아직 없다고 커즈와일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의 발달로 인간을 복제하고 IQ를 180으로 높이는 시대가 언젠가 도래한다. ‘22세기에는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없게 된다’ ‘25세기에는 범죄가 사라진다’고 주장하는 미래학자도 있다. 먹고사는 문제, 생로병사의 고통이나 죄가 사라진다면, 사람들은 종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될지 모른다. 종교가 사라진다는 계몽주의자들의 예언이 결국엔 실현될까. 종교가 다뤄야 할 ‘수백 년 차원’의 화두다.

‘수십 년 차원’의 질문은 다르다. 가까운 종교의 미래와 관련해 제기되는 거대한 질문은 ‘이슬람이 기독교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종교로 부상할까’이다. ‘미국 대신 중국이 세계 패권을 차지할까’라는 질문 못지않게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질문이다.

답이 나와 있다. 앞으로 10년 후 세계 주요 종교의 인구 순위에는 변화가 없다. 현재 세계 최대 종교는 기독교(19억~21억 명, 세계 인구의 29~32%), 제2의 종교는 이슬람(13억~16억 명, 19~23%)이다. 3, 4위는 통계 산출 기관과 방식에 따라 다르다. 3등은 힌두교(9억~10억 명, 14%) 아니면 불교(5억~15억 명, 7~23%)다. 세계기독교백과사전(WCE)의 예상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종교 1~4위는 기독교(26억·33.4%), 이슬람(18억, 22.8%), 힌두교(10억, 13.4%), 불교(4억 명, 5.3%)가 차지한다. 비율에도 큰 변화가 없다. 신자수가 대폭 줄고 있는 것은 세계 종교들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의 토속 종교들이다.

2020년부터 이슬람 성장세 둔화
최근 유럽에서 이슬람 위협론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유럽 내 이슬람 인구는 1500만~1800만 명, 2025년에는 2500만~30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슬람이 유럽의 기독교 문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세계 이슬람의 성장세는 10년 후에는 꺾이기 시작한다. 이슬람 신자 증가율은 2010~2020년에는 1.5~1.7%지만 2020~2030년에는 1.4%로 감소한다. 이슬람 인구가 기독교와 비슷해지려면 2070년은 돼야 한다.

세계 기독교·이슬람의 위상은 굳건하지만 지역·국가에 따라 상당한 도전과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기독교 인구의 중심이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 등 제3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21세기 후반에는 미국에서 가톨릭이 개신교 인구를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히스패닉계 미국인 인구의 증가 덕분이다. 파키스탄이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로 부상할 수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기독교 국가 자리를 나이지리아나 중국에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중국의 기독교 인구는 최소 5000만 명에서 최대 1억 5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교회 출석 신자는 이미 미국을 앞섰다는 분석이 있다. 기독교는 중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종교다. 세계미래학회(WFS:World Future Society)의 『2011~2025년 전망』은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중국인들이 기독교·불교 등 종교를 통해 안정감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남미에서는 오순절교회를 중심으로 가톨릭에 대한 개신교의 도전이 계속될 것이다. 개신교는 특히 빈곤층에 가난과 질병에 대한 ‘즉시발복(卽時發福)’의 솔루션으로 제시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2020년 개신교 인구가 가톨릭을 앞설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중남미에서 가톨릭이 개신교에 종교적 공간을 내줄 만큼 이미 내줬으며 가톨릭의 반격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게 근거다.

WFS는 『2011~2025년 전망』에서 이슬람 지역에서 원리주의가 쇠퇴하고 세속주의가 성장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슬람권의 종교 상황이 지금의 유럽·미국같이 될 가능성이 열린다는 의미다. 이슬람과 기독교가 평화공존할 가능성이 반드시 커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목격되는 유럽·미국 기독교의 현실은 이슬람주의가 용납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어떤 현실인가. 앞으로 10년간 유럽과 미국에서 기독교 신자 수와 교회 출석률의 감소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교회가 ‘일 년에 두 번(부활절·크리스마스) 바쁜 곳’이 된 유럽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초대 기독교가 처했던 상황과 비슷하게 돼 ‘기독교 정신에 충실할 수 있어 차라리 잘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신자들이 ‘가정집’에 소규모로 모여 신앙 생활을 영위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게 될 것이다. 1~4세기 기독교와 다른 점은 ‘가정집’이 온라인에도 있다는 것이다.

유럽보다 상황이 훨씬 좋은 미국에서도 기독교 인구의 완만한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다. 미국은 현재 비신앙인(non-believers)들이 인구의 15% 차지하고 있다. 이미 종교처럼 ‘선교 활동’에 나서고 있는 무신론자들의 국제적 연대도 강화될 것이다. 2010년에는 2000명이 참가한 세계무신론회의가 호주에서 개최됐다. 앞으로 무신론자들의 ‘포교 전단’을 길거리에서 받게 돼도 놀랄 일이 아니다.

종교의 ‘상품화’ ‘브랜드화’ 심화
원리주의 기독교나 자유주의 기독교나 모두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하는 학자들은 앞으로 엑스터시(ecstasy), 성령 체험, 명상 등 일상과 다른 체험을 줄 수 있는 기독 교회나 다른 종교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한다.

종교와 비종교·반종교 사이에서 제3의 길은 영성(靈性·spirituality)이다. 유럽·미국에서는 ‘영성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은(spiritual but not religious)’ 사람들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영성주의자들은 제도적인 종교에는 속하지 않지만 종교 서적 읽기, 명상, 봉사, 환경보호 활동 등을 통해 종교적·영성적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기독교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불교도 교리·의식이 중심이 되는 종교라기보다는 행복 추구에 도움이 되는 영적인 라이프스타일 혹은 무신론적·철학적 체계로 이해되고 있다. 서구 불교는 잠재력이 크지만 제약 요인도 많다. 서구인은 불교를 신이교주의(新異敎主義·neo-paganism)와 뒤섞어 믿는 경우가 있다. 미국의 경우 베트남전 시대, 대항문화(counterculture) 운동을 배경으로 성장한 불교 지도자들이 대거 은퇴·사망하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벌어질 불교 지도자 세대교체에 미국 불교의 미래가 걸려 있다.

종교에 대한 최대 위협이자 기회는 정보통신기기의 발전이다. 뉴미디어 발전에 따라 종교도 변화한다. 예컨대 가톨릭 고백성사용 앱이 등장했다.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검토해 주는 소프트웨어다. 앞으로 현실보다 더 진짜 같고 더 멋진 가상현실의 사찰·교회·사원이 등장할 수 있다. 종교에 따라 적응 양상이 크게 다를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공동체가 함께 모이는 것을 중시하는 이슬람·가톨릭이 다른 종교들보다 뉴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가 느릴 수 있다.

종교에 대한 이러한 위협과 도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종교미래학자들(religious futurists)의 전망은 낙관적이다. 이들은 ‘가능한 미래’와 ‘바람직한 미래’를 구분한다. 이들은 종교야말로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분야라고 주장한다. 종교미래학자들에 따르면 미래 종교에서 교리·위계서열을 탈피하는 성향이 강화될 것이다. 일반 신자들이 교권으로부터 더욱 자유로워진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다.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우리 종교’로 개종시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트렌드도 강화된다. 세계화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믿을 종교가 대체적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약화된다. 뭔가를 믿고자 하는 사람들은 ‘종교 백화점’에서 자신에게 맞는 종교를 선택한다. 종교가 다른 신랑·신부가 결혼할 때에는 제3의 종교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추세는 종교 선택의 자유·유연성은 종교가 갈등이 아니라 화합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종교가 하나의 ‘상품’ ‘브랜드’처럼 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종교들이 대립하는 양상이 유지되겠지만 종교와 비종교·반종교의 대립 구도도 점차 선명해질 것이다. 유전자 조작 등의 문제에 대해 종교들이 공동 대처할 필요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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