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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cc 헤드 드라이버도 개발 … 누구나 잘 치면 골프는 무의미

중앙선데이 2011.08.13 23:24 231호 19면 지면보기
미국에서 사용된 20세기 초의 골프 장비들.
“골프란 아주 작은 볼을, 그 목적과 아주 부적합하게 디자인된 무기로, 아주 작은 구멍에 쳐 넣는 이상한 게임이다.”

성호준의 골프 진품명품 <25·끝> 용품 진화는 어디까지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윈스턴 처칠의 명언이다. 그래서 열정적인 혁신자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골프를 덜 화나게 하는 게임으로 만들려는 그들의 노력은 성공했다. 공의 반발력은 증가했고, 아이언은 강력한 스핀을 먹일 수 있게 됐다. 우드는 나무가 아니라 금속을 이용한다. 샤프트는 뒷산에서 잘라 온 나무 막대기가 아니라 탄소섬유를 말아서 만든다. 퍼터의 헤드는 공을 똑바로 보내기 위해 우주선처럼 기괴하게 생긴 것들도 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앞으로도 발전할 것들이 많다. 한국에서만 골프 발명특허가 매년 약 200건 출원된다. 테일러메이드는 840㏄ 헤드 드라이버도 만들어 놨다고 한다. 다운 스윙 때 비행기처럼 날개가 펴져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디자인인데 공을 500야드는 보낼 수 있다고 한다. 헤드 용적이 460㏄ 이하여야 하는 골프 규칙에 어긋나 공개하지 않지만 앞으로 이런 것들이 쓰일 날이 올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진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나 갈 수 있다면 해병이 아니고, 누구나 잘 칠 수 있는 제품을 쓰면 그건 골프가 아니라는 거다. 과학이 인간의 능력을 대체한다면 골프라는 게임의 철학이 무너지게 된다고 본다. 이런 확신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은 PGA 투어의 커미셔너를 20년간 지낸 딘 비먼이었다. 그는 이렇게 가다가는 골퍼가 샷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홀을 향해 미사일을 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먼은 머리카락 굵기에 불과한 U그루브의 미세한 차이를 걸고 넘어져 골프계 혁신가였던 핑의 창업자 카스텐 솔하임과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비먼의 행동에도 의문은 남는다. 용품의 개발 제한에는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하는지다. 그루브는 사소한 것일 뿐이다. 테일러메이드가 만든 금속 재질의 우드, 캘러웨이가 시작한 빅사이즈 헤드, 낚싯대에서 빌려온 그라파이트 샤프트, 스윙 축을 고정하는 벨리 퍼터, 스핀이 많이 걸리는 볼, 진 사라센이 만든 샌드웨지 등은 모두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들이다. 무엇은 가능하고 무엇은 안 되는가.

보수주의자였던 비먼 자신도 선수 시절 낯선 물건을 들여와 동료의 눈총을 받았다. 그는 미리 코스에 대해 조사한 노트(야디지북)를 펴 보고 거리를 계산해 샷을 했다. 지금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전까지 선수들과 캐디들은 눈대중으로 거리를 쟀다. 그것이 골프라고 여겼다. 풀을 뜯어 날려보는 것도 우스운 행동이었다. 그냥 느낌으로 바람과 거리를 쟀다.

비먼은 야디지북과 장비 발전은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얘기할지도 모르지만 공식 경기에서 금지된 GPS 거리 측정기도 야디지북 비슷한 역할을 한다. 바람 계측기나 그린의 기울기 측정기도 합법이 될지 모른다.

장비 혁신 중 가장 영향이 큰 것은 공의 반발력이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와 오거스타 내셔널을 포함한 오래된 코스들은 비거리 증가에 뒤지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전장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과거의 아름다움이 사라진, 억지로 늘려 놓은 괴물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전장이 늘어나면서 코스를 만드는 데 더 큰 땅이 필요하고, 골프 코스는 더 외곽으로 나가야 하고, 자연 훼손은 더 심해지며, 그린피는 더 오르고, 골퍼는 골프에서 더 멀어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비가 발전한 만큼 코스는 점점 더 어려워졌고 현대 골퍼는 과거의 골퍼 이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양에서는 감나무 헤드에 히코리(낙엽송의 일종) 샤프트를 쓰는 히코리 골프 대회가 유행하고 있다. 가끔은 이런 대회를 열고 참가해 보는 것도 골프의 본질을 알고, 기술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성호준 기자의 ‘골프 진품명품’은 25회로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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