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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의 금요일 새벽 4시] “가야금 줄이 몇 개더라?”

중앙일보 2011.08.13 01:26 주말섹션 14면 지면보기
◆‘지난주 금요일 중앙일보사에서 나와 다음 약속 장소로 뛰면서 수만 가지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그 많은 후회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거울 보며 실물보다 나아 보이는 표정을 조금이라도 연습하는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내 오른쪽 뺨과 왼쪽 뺨의 차이를 연구해보는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미장원에서 눈이 커 보이는 화장을 하는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예쁘게 보일 옷이라도 한 벌 사놓는 건데. 이 사진은 평생 나를 따라다닐 텐데. 그런데 다음 날이 되니 바로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왜? 다른 사람이 아닌 박종근 기자의 손에 찍혔기 때문에’. 지난주 제가 받은 메일입니다. “음하하! 나 이런 사람이야!” 자랑 삼아 팀원들에게 읽어 줬습니다. 그랬더니 에디터가 묻습니다. “근데 왜 안심하게 됐다는 거야?” “인터넷에서 제가 찍은 사진들을 찾아봤겠죠.” “그랬더니 사진들이 다 좋더라는 거야?” “뭐, 그렇지 않겠어요? 음하하.” “임자가 ‘뽀샵’의 달인이라는 걸 눈치챘구나.” <박종근>



◆가야금이 좋아서 한국에 온 지 20년 가까이 된 미국인 조세린(배재대 국제학부)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교수님! 도중에 표현하기 어려운 게 있으면 영어로 얘기하셔도 됩니다. 흠흠.” 이런 저를 얼마나 비웃었을까요. 조 교수의 한국어는 아주 유창했습니다. “가야금이 참 어려웠어요. 진양조니, 농현이니, 다스름이니 이런 것들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생소한 전문용어를 다양하게 구사하는 그녀의 한국어가 제게는 참 어려웠습니다. “아, 네” 하며 짐짓 아는 체했죠. 인터뷰 중 ‘한국인들이 국악을 좋아하도록 돕는 게 자신의 사명 같다’는 조 교수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와 닿았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사진기자 박종근 차장이 묻습니다. “다 이해하겠어?” “···” 박 차장이 짓궂게 또 묻습니다. “가야금 줄이 몇 개냐?” “흠흠, 그러니까···” “오징어 다리가 몇 개인 줄은 알아? 됐다. 그냥 목이나 축이러 가자.” 술집에 가서 오징어 다리가 몇 개인지는 셌는데 가야금 줄이 몇 개인지는 여전히 헛갈립니다. <성시윤>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신문 ‘제이’ 60호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성시윤 · 김선하 · 박현영 기자

사진 : 박종근 차장

편집·디자인 : 이세영 · 김호준 기자 ,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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