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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연의 매력 발전소] ‘내 인터뷰 섭외 대상 1호, 앤더슨 쿠퍼’

중앙일보 2011.08.13 01:24 주말섹션 14면 지면보기






백지연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누구에게나 정말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내겐 그가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답신을 보내왔다. 만나겠다고.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기쁨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인터뷰 섭외에 공을 들인 것은 나였지만 정작 인터뷰를 하겠다는 답변이 오자 내 입에서는 “정말?”이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누구보다도 섭외가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기야 그의 직업이 인터뷰하는 일인데 인터뷰이가 되는 일에 무슨 관심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는 내게 늘 인터뷰 섭외대상 1호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저널리스트인 그를 국내 TV 최초로 인터뷰하고자 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만나기 원하는 인터뷰이를 만나게 하고 싶은 인터뷰어의 당연한 욕심이었다. 그러나 사실, 그를 만나고 싶은 보다 큰 이유는 그가 소위 성공한 누구여서가 아닌, 아주 매력적인 ‘사람’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라크, 보스니아, 미얀마, 이집트, 스리랑카, 아이티 등 삶과 죽음이 부딪치는 재난과 고통의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현장에서 전해지는 그의 목소리엔 특유의 강렬함이 담겨 있다. 자극적인 뉴스만 뒤쫓아가는 방식이 아닌, 절실해서 강렬한 무엇, 진정 고민해 보았기 때문에 담길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시선의 진실함이 묻어나는 것이다. 그의 책 제목처럼 늘 세상의 끝에 서고자 하는 그를 과연 무엇이 빚어낸 것인지, 그것이 궁금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부호 집안인 밴더빌트 패밀리의 후손이라는 것은 늘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그러나 그는 입에 물고 태어난 은수저를 일찌감치 던져버린 사람이었다.



 그의 사무실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전경과 푸른 하늘의 구름이 환상적인 조합으로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LA에서 드림웍스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카젠버그, 영화배우 샌드라 오와의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비행기에 올라 도착한 뉴욕. 인터뷰 예정시간보다 그가 조금 늦어질 것이라는 전갈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돌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전 세계 시청자를 향해 매일 밤 생방송을 진행하는 그는 오프라윈프리쇼의 뒤를 이을 새로운 토크쇼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분초를 쪼개어 살고 있는 그가 인터뷰 시간을 30분 정도밖에 낼 수 없다는 것은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삶 자체가 ‘스토리’로 차고 넘치는 그의 인터뷰를 30분 내에 끝낼 수는 없는 일. 센트럴파크를 내려다보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고 있었다.









앤더슨 쿠퍼



 앤더슨 쿠퍼. 드디어 그가 사무실로 들어섰다. 공항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뛰어온 듯 상기된 얼굴로. 그러나 사무실 전체를 밝힐 만한 환한 미소로 들어서며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와우~ 정말 영광이에요. 그 멀리 한국에서 저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 오시다니요.” 그리고 단 몇 초의 지체도 없이 그와 나, PD, 카메라, 조명, 우리 모두는 마치 리허설이라도 했던 것처럼 곧바로 생방송 같은 녹화에 뛰어들고 있었다. 모두 숙련되고 숙련된 방송쟁이들이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한 ‘사람’을 들여다보는 인터뷰는 마치 처음 해보는 일인 듯 진지하게 시작한다. ‘사람’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시작되면 내 머릿속엔 나무가 들어선다. 큰 줄기, 작은 줄기. 일단은 앵커로서의 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지만 그가 풀어내도록 해야 할 이야기 나무는 큰 가지 여럿을 뻗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전통적 앵커가 아니라고 표현했다. “스튜디오에 앉아서 모든 것을 아는 척, 모든 것을 본 듯 말하는 앵커는 아니라는 것이죠. 뉴스의 현장을 제 눈으로 보는 것 자체를 저는 굉장한 특권이라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어떤 것이 진실되고 또 진실되지 않은 것인지를 찾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직업이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거죠.” 어찌 들으면 평범한 듯한 이 말이 전혀 평범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의 말은 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20여 년간 그의 삶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10살 어린 나이에 ‘혼자 서야 한다’고 깨닫게 만든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20대 초반 그와 그의 어머니의 인생을 강타한 형의 자살. 그의 머릿속에 일찌감치 자리 잡은 삶의 질문은 생존과 죽음의 접면에 있었다. 왜 누구는 생존하고 누구는 살아남지 못하는 것인가. 바로 이 질문이 자신을 전쟁과 재난 지역으로 달려가게 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그가 만난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그가 말하지 않는 그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과연 그는 찾고 있던 답을 찾은 것일까. 앤더슨 쿠퍼와의 인터뷰는 바로 내일,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서 공개된다. 그가 왜 매력적인 ‘사람’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칼럼에서 풀어낼 수 있도록 부디 허락해 주시기 바란다.



백지연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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