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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불출마, 박근혜에게 도와달라는 뜻

중앙일보 2011.08.13 00:57 종합 1면 지면보기



오세훈 주민투표 기자회견 … ‘오세훈 정국’ 속으로
오세훈 ‘시장직 사퇴’는 최후의 히든 카드





“2012년 대통령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분명히 말하겠습니다.”



 오세훈(사진) 서울시장의 12일 기자회견은 바로 핵심으로 나갔다. 그는 “복지 포퓰리즘에 누군가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이 만든 오세훈 정국’의 시작이다.



그는 “불면과 고통의 밤이었다. 어제 잠을 거의 못 잤다. 혼자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주민투표는 오 시장이 보수의 아이콘이 되려는 정치 쇼’라는 야권 공세에 대한 답이다. 오 시장의 이날 선언은 투표 지지 당론을 세우고도 미적댔던 한나라당에 이제 행동에 나서라는 압박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대선 불출마의 배경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왜 불출마를 선언하나.



 “내년 대선을 고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 거취 문제가 투표의 의미를 훼손하고, 나의 진심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도 포퓰리즘에 기대고 있는데.



 “어떤 정치 세력이든 표 앞에서는 흔들린다. 정치 이해관계를 바탕에 깔고 판단한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불출마 선언은 한나라당 친박근혜계에 손을 내민 것이기도 하다. 오 시장의 측근은 “친박계에선 잠재적 경쟁자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을 텐데 이제 태도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를 움직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서 투표를 독려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무시 전략’으로 나온다. 이용섭 대변인은 “투표율 미달로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자 온갖 벼랑 끝 전술로 서울시민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목표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투표 결과가 효력을 갖기 위한 최소 투표율은 33.3%(약 279만 명)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는 442만6000명이 투표장에 나갔고, 208만 명이 오 시장에게 표를 주었다.



 오시장 측은 그래서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11일 밤 본지 기자와 만나 “12일 회견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카드는 시장직 연계다. 이 카드는 한나라당을 흔들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오세훈 시장 없이 치르는 건 힘겹기 때문이다. 서울 24개 구(1곳 공석) 중 19개 구의 구청장을 야권이 장악하고 있다. 그가 시장직을 던지는 순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나 잠재 후보자들은 낙선 공포에 빠질 수 있다.



  -왜 시장직을 걸지 않나.



 “마지막까지 한 고민이 그 부분이다. 우선 나를 선택해준 서울 유권자의 뜻을 저버릴 수 없다. 두 번째는 당과의 협의다. 국회의원과 지역구 위원장들은 시장직 연계를 바라지 않는다.”



 이 말은 사실상 “나를 도우라”는 메시지다. 주민투표까지는 11일 남았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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