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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폭동’ 홍역 앓는 런던, 뉴욕 ‘갱스터 청소부’ 모신다

중앙일보 2011.08.13 00:53 종합 2면 지면보기



LA·뉴욕 경찰청장 지낸 브래턴





좌절세대 청년들의 ‘쇼핑 폭동’으로 몸살을 앓은 영국이 ‘수퍼캅(Supercop)’이라는 별명의 미국 폭력배 소탕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갱스터 청소부’로 불렸던 미국의 전설적 경찰을 자문관으로 활용키로 한 것이다. 주인공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사설경비업체 대표 윌리엄 브래턴(William Bratton·64·사진). 그는 미국 보스턴·뉴욕·로스앤젤레스의 경찰청장을 지낸 도시 치안의 달인(達人)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0일 의회에서 브래턴을 비롯한 외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청년 난동(亂動)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브래턴은 기꺼이 영국 치안 개선에 협조할 의향이 있다고 즉각 미 언론에 밝혔다.



 브래턴은 헌병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뒤 1970년 고향인 보스턴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혁혁한 업적으로 다양한 최연소 승진 기록을 세운 뒤 93년 보스턴 경찰청장이 됐다. 1년 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그를 스카우트해 뉴욕경찰(NYPD) 총수(總帥) 자리에 앉혔다. 줄리아니가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 책임자가 된 것이다. 그는 범죄 정보를 정밀하게 분석한 뒤 문제 지역에 경찰을 집중 투입하는 방법을 썼다. 그 결과 악명 높은 뉴욕의 폭력배를 줄줄이 잡아들일 수 있었다. 2년 사이에 일반 범죄율은 39% 감소했고, 살인사건은 절반으로 줄었다. 범죄로 악명 높던 뉴욕을 안전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도시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그는 출판 계약과 관련한 스캔들로 96년 뉴욕경찰청장에서 물러났다. 당시 일부 언론은 줄리아니 시장이 브래턴이 자신보다 각광받자 몰아낸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브래턴은 사설경비업체에서 일하다 2002년 로스앤젤레스경찰(LAPD)의 수장(首長)으로 스카우트됐다. 제임스 한 당시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불러들인 것이다. 그는 이 도시의 범죄율을 계속 줄여 나가며 장기 재임하다 2009년 물러났다. 살인사건은 24%나 줄었다. 그가 LAPD를 맡은 직후 10대 청소년 2명이 경찰관의 추적을 피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시위대가 경찰청으로 몰려와 “경찰을 통제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러자 그는 “당신들의 아이나 통제하라”고 응수했다.



 그는 회고록 『반전(Turnaround)』에서 치안 개혁의 비결을 공개했다. 그중 하나는 “무임승차나 노상방뇨 같은 작은 일탈(逸脫)도 허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른바 ‘무관용(無寬容·Zero tolerance)’ 원칙이다. 가벼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결국 큰 사고를 친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몇 명만 시범적으로 끝까지 색출하라”는 것이다. 그는 두목 몇 명만 잡아들이면 폭력배가 숨을 죽이게 된다고 역설한다.



 영국에서는 미국인인 브래턴이 런던경찰청장까지 맡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최근 의회에서 “외국인이라고 해서 경찰청장을 못 맡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총리가 브래턴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11일 총리실은 “아직 런던경찰청장 후보자 선정작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들은 내년 7월의 런던 여름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치안 문제가 절박하기는 하지만 자국 경찰 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을 수도인 런던의 경찰청장 자리에 앉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보고 있다. 영국에서 마약이나 총기 전담 형사를 비롯한 특수직을 제외한 일반 경찰은 미국과 달리 순찰 때 총기를 휴대하지 않는다. 영국 경찰은 이를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여긴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윌리엄 브래턴=1947년 보스턴에서 태어나 보스턴 공고를 마친 뒤 미 육군에 입대해 헌병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제대 뒤 곧바로 경찰에 입문했으며 경찰 재직 중 매사추세츠 보스턴 대학을 졸업했다. 뛰어난 업무 능력으로 보스턴·뉴욕·LA 경찰청장을 차례로 지냈다. 네 번 결혼했으며 그중 두 번은 검사 출신으로 방송 활동을 하는 여성과 했다. 현재 세계적 보안 컨설팅·정보 업체인 알테그리티의 자회사인 크롤의 회장을 맡고 있다. 영국과는 200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명예 대영제국훈장(OBE)을 받은 인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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