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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포퓰리즘에 갇혔던 45일 … 저축은행 국회특위

중앙일보 2011.08.13 00:48 종합 4면 지면보기






강기헌
정치부문 기자




12일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별위원회 마지막 회의가 열린 국회 본청 245호실. 국조특위 위원들은 마지막까지 저축은행 사태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기 바빴다. 국조특위 정두언 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게 가장 아쉬운 대목이고 피해자 구제대책도 현실적 장벽으로 미진한 결론이 나왔다”며 “큰 성과 없이 끝나게 돼 역부족을 느끼며 면목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임져야 할 정부 당국자들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는 게 분통 터진다”고 적었다.



 국조특위는 이날 200여 장의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를 의결하고 45일간 이어진 긴 일정을 마무리했다. 특위 보고서엔 국회가 약속했던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규명도, 피해자 구제대책도 담기지 않았다.



 피해대책소위에서 논의되던 구제안이 ‘표퓰리즘(인기영합주의)’ 논란을 불러온 탓도 있다. 소위는 당초 피해액 2억원까지 전액 보상하겠다는 안을 만들었으나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일자 피해 보상금액을 6000만원까지 낮췄다. 그러나 이마저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다. 그래서 피해액은 법에 있는 대로 5000만원까지만 전액 보상하는 걸로 결론 났다. 피해 보상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국조특위는 피해 보상방안으로 금융감독원 건물을 매각해 돈을 마련하자느니, 저축은행 특수목적법인(SPC) 사업을 공기업이 인수하도록 하자느니, 압류된 부산저축은행의 고가 미술품을 정부가 사도록 하자느니 등의 아이디어를 내놨으나 이 역시 포퓰리즘적 사고라는 지적을 받았다.



 법안 심사 권한이 없는 국조특위는 저축은행 피해자를 구제하는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했다가 호된 비판여론이 일자 포기했다. 특위가 피해 보상기준을 놓고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혼란만 가중됐고 피해자들에겐 헛된 기대만 갖게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위에서 나온 이야기가 잇따라 ‘포퓰리즘’이란 지적을 받자 특위는 여야 지도부에 법률로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만들어 달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특위는 청문회 한 번 열어 보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여 갈팡질팡한 데다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신경전만 벌였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특위가 내놓은 건 저축은행 사태가 전·현 정부의 총체적인 정책 감독 부실에 있다고 한 원론적인 수준의 보고서뿐이다. 특위는 결국 있으나 마나 한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45일을 소비 한 셈이다.



강기헌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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