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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국회, ‘피스 아이’ 격려 결의안 채택해 보라

중앙일보 2011.08.13 00:44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동익
언론인·전 정무장관




얼마 전 총격을 받았던 미국 하원의원이 치료를 거의 마치고 의회에 나왔을 때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이 모두 그를 환영하며 박수를 치는 사진이 도하 신문에 모두 실렸다. 그의 출석은 부채한도를 늘리는 타협안 표결에 영향을 줬다고 사진설명에 곁들여 있었다. 아마 세계의 신문들이 이 사건을 보도했을 것이다. 의원들의 이 환영 박수는 정파를 초월한 반(反)테러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고, 정당의 벽을 넘어선 휴머니즘의 표현이다. 정치는 그래야 멋이 있다.



 그 며칠 후 신문에는 색다른 항공기의 사진이 크게 보도됐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AEW&C·E-37)가 도입돼 9월부터 운용된다는 뉴스였다. 앞으로의 전쟁은 종래의 전쟁과는 양상이 아주 다를 것이다. 고지 점령이나 전차부대의 진격은 별 의미가 없다. 미사일과 전폭기의 기습공격이 위주고 그 이전에는 극심한 후방 교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른바 NBC(Nuclear Bio Chemical) 전쟁이다.



 북한은 화학무기 5000t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균연구소를 세 개 갖고 있다. 화학무기와 세균무기를 왜 가지고 있겠는가. 생화학무기는 방어용 무기가 아니다. 공격용 무기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서울의 지하철역 몇 군데에서 출처불명의 사린가스나 방사능 오염사건이 있다고 가정할 때, 동해안에서 정체불명의 잠수정이 발견되고 그 며칠 후 해안도시 몇 군데에서 괴질이 번졌을 때 우리 사회는 패닉에 빠질 것이 틀림없다. 그 패닉에 뒤이어 기습공격이 없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현대전에서는 조기경보체제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 군은 그동안 국방개혁안을 놓고 마치 밥그릇 싸움을 하는 듯한 인상을 줬고, 총기사고도 연이어 국민을 실망시켰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조기경보체제를 갖추는 노력도 해왔다. 대견한 일이다. 북의 전쟁 준비 상황을 챙겨보는 조기경보체제는 그동안 미국에 거의 의존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파악하는 정보를 모두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체의 조기경보체제를 갖출 필요성은 일찍부터 절실했다.



 이번에 도입된 경보기는 대당 가격이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돼 있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2~4호기를 마련할 계획이다.



 피스 아이(Peace Eye)라고 불리는 이 경보기는 북한 전 지역 공중·해상의 모든 물체를 탐지하고 아군 전투기에 바로 작전을 지시할 수 있는 ‘날아다니는 전투지휘사령부’인 셈이다. 국민은 이 조기경보체제에 마음 놓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한마디 할 수 있지 않을까. ‘격려 결의안’ 같은 것을 채택한다고 해서 그것이 우스운 일일까. 만일 국회가 격려 결의안을 채택한다면 피스 아이를 운영하는 군은 더 큰 책임감을 가질 것이고 무엇보다 북한은 피스 아이에 대한 두려움이 그 결의안 때문에 가중될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정파를 넘어 함께 박수를 치게 되는 날은 언제쯤 올까. 그것이 휴머니즘의 표현이건 안보의식의 공감이건 뜻을 같이하는 모습을 한번 보고 싶다면 그것은 꿈을 꾸는 것일까.



김동익 언론인·전 정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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