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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사이언스캠프 폐막 … 노벨상 7인이 뽑은 ‘최고의 질문’

중앙일보 2011.08.13 00:33 종합 6면 지면보기



우주 커지면 그걸 재는 자도 커지나요?



아시안사이언스캠프(ASC)가 12일 대전시 구성동 KAIST 창의관 터만홀에서 막을 내렸다. 199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더글러스 오셔로프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왼쪽에서 둘째)와 ‘우수 질문상’을 수상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어윈 한도코 타닌(인도네시아), 오셔로프 교수, 박성준(한국), 에브히섹 다타(인도).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꿈만 같다.” 아시아 19개국에서 온 192명의 학생은 노벨상 수상자들과 함께 보낸 1주일을 이렇게 평했다.



 “니줘멍(你做夢, 여러분 꿈을 꾸고 있군요).“ 민동필 아시안사이언스캠프(ASC) 조직위원장은 12일 폐막식에서 중국어로 이렇게 화답했다. ASC에서 꾼 꿈을 잊지 말고, 계속 그 꿈을 좇아 훌륭한 과학자가 되길 바란다는 당부였다. ASC 기간 중 노벨상 수상자 등 석학(碩學)들이 학생들에게 보여준 ‘나눔(sharing)의 정신’도 잊지 말기를 당부했다.



7일부터 대전 KAIST에서 열린 ASC가 12일 막을 내렸다. 폐막식에선 ‘최고의 질문(Best Question)’ 시상이 있었다. 캠프 기간 진행된 11번의 주제 강연과 35번의 소그룹 토론(캠프) 때 질문을 던진 학생들 가운데 3명이 상을 받았다.



 대구 경신고등학교에 다니는 박성준(18)군은 8일 첫 주제강연 때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85, 2002년 물리학상) 일본 도쿄대 특별영예교수에게 “우주가 팽창한다면 우주의 크기를 재는 기준(ruler)도 커져야 하지 않나. 어떻게 우주가 팽창하는 것을 알 수 있나”라는 질문을 던져 상을 받았다.



 심사를 맡은 이긍원(고려대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과 교수) 한국물리학회 총무이사는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넘길 수 있는 사안에 의문을 제기한 점을 높이 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9일 패널 토론 때 ‘아무것도 믿지 마라’ ‘항상 의문을 가지라’고 한 아론 치에하노베르(Aaron Ciechanover·64, 2004년 화학상)의 조언을 떠올리게 한 질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군은 “강연을 들은 후 궁금증이 많이 풀렸다. 하지만 아직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ASC가 끝나고 좀 더 자료를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군의 꿈은 대학에 진학해 우주물리나 입자물리학을 전공하는 것이다.



 인도공과대학(IIT) 학생인 에브히섹 다타(18)는 더글러스 오셔로프(Douglas Osheroff·66, 96년 물리학상)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에게 “헬륨4는 보손(boson)이고 헬륨3는 페르미온(fermion)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상을 받았다. 보손과 페르미온은 각각 성격이 다른 입자다. 오셔로프 교수가 초유체현상을 설명하며, 헬륨4와 헬륨3의 특징을 구분한 대목을 짚은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양자역학을 배우지 않은 다타가 입자의 근본적인 개념에 대한 질문을 던진 점을 높이 평가했다.



 마지막 ‘최고의 질문상’은 오셔로프에게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기 위해 혼자 골똘히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토론하고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가”라고 물은 인도네시아 수라야연구교육센터의 어윈 한도코 타닌(18)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과학은 소수의 천재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정확하고 세밀한 개념을 정립해야 하는 분야”라며 “‘다 같이 함께 소통하자’는 ASC 기본 정신에도 부합되는 질문”이라고 밝혔다.



 오셔로프 교수는 이날 시상식에 참석해 직접 학생들에게 메달을 걸어준 뒤 “이렇게 열정적인 분위기, 이렇게 똑똑한(clever) 학생들은 처음”이라며 “다음 ASC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은 이날 조별로 ASC 캠프를 통해 느낀 점과 과학적 관심사 등을 담은 포스터를 제작해 발표했다. ‘온실(溫室)효과를 차단하는 그린 하우스’를 주제로 포스터를 만든 하나고등학교의 박상현(17)군 등 6명이 속한 팀이 1등을 차지했다. 그 외 2등 2팀, 3등 3팀도 상을 받았다.



대전=김한별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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