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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신현송이 경고한 ‘ATM 코리아’

중앙일보 2011.08.13 00:30 종합 6면 지면보기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




“훌륭한 학자이긴 한데, 그는 규제주의자야.”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당시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에 대해 이런 촌평을 한 적이 있다. ‘규제주의’의 반대편엔 자유로운 자본시장과 개방 옹호론이 있을 것이다. 그즈음 재정부는 급격한 자본 유출입이 가져오는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대책 마련에는 매우 신중했다. G20을 준비하는 의장국 입장에서 혹시라도 금융 선진국으로부터 ‘자본 통제국’ 소리를 들을까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해 6월 정부 안에서 격론을 벌인 끝에 은행 선물환 규제를 도입했다. 신 보좌관을 비롯해 ‘환율 주권론자’로 불리던 강만수 당시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대통령 경제특보)과 최중경 경제수석이 적극 나서 미적대는 재정부를 설득했다. 당시 신 보좌관은 ‘선물환 규제가 구닥다리라고?’라는 본지 기고문에서 은행 건전성 조치인 선물환 규제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가 끝나자 정부는 외국인 채권 과세와 외환건전성부담금(일명 은행세) 도입을 발표했다. 이른바 ‘자본 규제 3종 세트’가 완성됐다. 국제사회에서 경제학자로서 쌓아온 신 보좌관의 명성은 국제통화기금(IMF)과 G20을 설득하는 데 큰 힘이 됐다. ‘3종 세트’가 없었다면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시장 불안이 더 심각했을 것이다.



 “미국 헤지펀드 한국에 밀려올 것”이라는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의 경고(본지 8월 12일자 1면)는 그래서 곱씹어볼 만하다. 외부 충격이 있을 때마다 외국 돈이 제멋대로 들락날락하는 현금입출금기 같다고 ‘ATM 코리아’라는 비유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당장은 외국 돈이 빠져나가 2008년처럼 은행에 돈 가뭄이 나지 않을지 걱정이다. 그래서 유럽자금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내 은행이 넉넉하게 외화를 확보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신 교수의 말처럼 최소 2년간 제로금리 유지를 선언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치가 3차 양적완화보다 강력하다면 ‘밀물’ 대비도 게을리할 수 없는 일이다. 사족 하나. 신 교수의 경고는 외국 자본의 변동성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자는 것이지 헤지펀드를 비판한 건 아니다. 헤지펀드는 워낙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일률적으로 정의하기 힘들다. 그래서 그 자체로는 선도 악도 아니며, 시장의 일부일 뿐이다.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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