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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MS의 두뇌였던 폴 앨런, 그가 꿈꾸는 미래는 …

중앙일보 2011.08.13 00:27 종합 21면 지면보기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사진 오른쪽)와 폴 앨런. 고교 동창인 두 사람이 콤비를 이뤄마이크로소프트는 비약적 성공을 거둔다. 82년 ‘시애틀 타임스’ 특집에 실린 사진. [자음과모음 제공]













 아이디어맨

폴 앨런

안진환 옮김, 자음과모음,

496쪽, 1만6000원
 



1990년대 초 자기를 찾아온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에게 100만 달러를 선뜻 기부했던 이가 폴 앨런(58·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이다. 미 정부의 예산 지원이 끊기자 그걸 대신해 외계인 탐사 프로젝트를 되살리자고 천문학자와 IT전문가가 의기투합한 것이다. 앨런은 몽상가에 가까운 호기심의 천재인데, 자서전 『아이디어맨』은 통 크고 유쾌한 그런 일화로 가득하다.



 2010년 ‘포브스’ 선정 세계 부자 37위(자산 127억 달러)인 앨런은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컸다. 10대 시절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컴퓨터에 뻑 간 이래 지금도 인공지능 연구가 파킨슨병 같은 정신질환 치료에 결정적이라고 믿는다. 2003년 1억 달러를 출연해 ‘앨런뇌과학연구소’를 출범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엉뚱하면서도 속이 깊다. 연구소 설립 전 DNA 나선구조를 발견한 짐 왓슨 등 저명학자 21명을 모셔 크루즈를 겸한 2박3일 워크샵을 진행했다. 초호화 요트에서 진행한 지상 최고의 과학회의였다.



 『아이디어맨』 앞 대목은 빌 게이츠와의 우정과 갈등 이야기가 펼쳐진다. 1974년 당시 하버드대 학생 빌 게이츠에게 세계 최초의 개인컴퓨터(PC) ‘알테어 8800’에 돌릴 프로그램인 베이식(BASIC)의 개발을 제안했던 게 그였다. 미래의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는 그 결과 75년 창립된다. 둘은 고교 동창 사이. 그럼 앨런은 친구를 잘 만나 벼락부자가 된 케이스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기술개발은 철두철미 그의 몫이었다. 자서전의 표현대로 이른바 빅 아이디어는 대부분 그가 냈고, MS의 얼굴마담 빌 게이츠는 “큰 그림을 보는 전략가”(215쪽)로 경영을 책임졌다. 이런 협력관계는 빌 게이츠의 책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청림출판)에서도 검증해볼 수 있다. 물론 두 책의 뉘앙스는 좀 다르다.



 이 멋진 책의 백미는 ‘지금 이곳’을 멋지게 사는 앨런의 삶 이야기이다. 그는 빌 게이츠와의 갈등 끝에 MS를 83년 은퇴했다. 당시 갓 서른, 세상 꼭대기에서 성큼 내려온 뒤 펼져진 인생이 더욱 멋지다. 일테면 그가 가진 요트 옥토퍼스호는 미식축구장의 1.3배 규모다. 일급 녹음실이 있어 록그룹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나, 현존 최고의 록그룹인 U2도 초대 받았다. 괜한 돈 자랑이 아니다.



 어릴 적 해저 탐사영화에 매료됐고, 그 꿈을 현실로 이뤘다는 게 포인트다. 즉 요트에서 8인승 해저 잠수정이나 무인 탐사선을 바로 띄울 수 있다. 지금 그는 치명적인 림프종을 앓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래를 꿈꾸는데, 앨런은 음악·스포츠에도 밝다. 미식축구를 포함해 프로스포츠팀을 세 개나 가진 큰 손 구단주이기도 하다. U2의 멤버 보노는 이렇게 말했다. “앨런, 그가 생각했던 가상세계는 모두 현실이 됐다. 그런 그의 관대함과 지성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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