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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데자뷰’ 떠는 오바마 vs 피 냄새 맡은 공화 8인

중앙일보 2011.08.13 00:15 종합 12면 지면보기



오바마, 일자리 창출 유세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8명이 11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립대에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 8명의 후보들은 한결같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난했다. 왼쪽부터 릭 센토럼 전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주) , 허먼 케인 전 ‘갓 파더스 피자’ CEO, 론 폴 하원의원(텍사스주),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미네소타주),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에임스(아이오와주) 로이터=뉴시스]





11일(현지시간) 미국 중북부 미시간주 홀랜드를 찾은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하루 전 워싱턴 포스트는 신용등급 강등, 실업률 9.1% 등으로 휘청이는 오바마의 소식을 전하며 “공화당이 대선 레이스에서 피 냄새를 맡았다(Republicans smell blood)”고 보도했다.











 배터리 생산업체인 존슨컨트롤스 공장 근로자들과 만난 그는 “미국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정치에 뭔가 문제가 있다. 좌절감을 느꼈다”며 의회의 당파 싸움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곤 ‘문제는 경제야’를 역설했다. 오바마는 “유럽 부채 문제 등 해외의 악재가 겹치고 재정 지출이 줄면서 경제 성장을 더디게 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 부양을 위해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을 부양할 수 있는 새 제안들을 매주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단위로 처방전을 제시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서 “정치권에서 타협의 문화가 사라져 미국의 신뢰가 떨어졌다”며 의회를 맹비난했다. [홀랜드(미시간주) AP=연합뉴스]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도 분주해졌다. 사전에 배포된 공식 일정상에 없었지만 10일 오후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긴급히 비공개로 만났다. 이 자리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진 스펄링 백악관 국가경제회의 의장도 참석했다. 오바마는 15일부터 미 중서부 도시 등을 돌며 일자리 창출을 정책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버스 투어도 예정해 놓고 있다. 일종의 선거 유세인 셈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환경들은 여전히 적신호다. 로이터·입소스의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지지도는 7월의 49%에서 4%포인트 떨어진 45%를 기록했다. 역시 취임 뒤 최저치다. A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은 1980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에게 패하기 전 지미 카터 대통령이 갖고 있던 바로 그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성급한 급진 진보 성향의 민주당원들은 “2012년 대선에 오바마 대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후보로 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공화 아이오와서 TV토론











미국 중부에 위치한 아이오와 주의 별칭은 ‘호크아이 스테이트(hawkeye state)’다. 매의 눈처럼 예리한 사람들의 주란 뜻이다. 정치적인 면에서 아이오와 사람들의 눈은 특히 매섭다. 13일(현지시간) 주 한복판의 대학도시 에임스에서 전 미국인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공화당 대선후보들에 대한 첫 비공식 예비투표(straw poll)가 진행된다.



 11일 밤 에임스의 아이오와 주립대 스티븐스 오라토리엄에서 폭스뉴스 주최 제2차 공화당 대선후보 TV토론회가 열렸다. 지지자들의 연호와 박수 속에 등장한 8명의 후보는 선두 자리를 겨냥해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이들의 타깃은 부채한도 증액과 주가 하락 등 경제 문제로 어려움에 직면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흡사 피냄새라도 맡고 달려드는 맹수처럼 오바마의 약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먹다 남긴 밥상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가부채 합의안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롬니는 “민간 영역의 삶을 떠올린다면 오바마가 지금껏 한 일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과는 정반대였음을 누구나 이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셸 바크먼 미네소타 주 하원의원은 “나는 국가 부채를 올리는 데 반대표를 던졌다”며 “오바마는 연임을 하지 못하고 2012년 임기가 끝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두권 도약을 노리는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는 더욱 노골적으로 나왔다. “오바마는 누더기 같은 리더십으로 경제를 누더기처럼 만들었다”며 “오바마의 ‘경제 계획’이란 걸 찾을 수 있는 분이 있다면, 내가 직접 집으로 가서 저녁 밥상을 지어드리겠다”고 비꼬았다. 현장의 지지자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중국대사를 지낸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는 이날 처음 토론회에 참가했다. 그 역시 수위는 낮았지만 오바마 공격을 빠뜨리지 않았다. “2008년 오바마는 희망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나는 2012년 (경제문제) 해결책을 들고 승리하겠다”고 했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릭 센토럼 전 상원의원, 론 폴 하원의원, 허먼 케인 피자회사 전 CEO 등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토론이 끝난 후 700여 명의 기자가 가장 많이 몰려간 곳은 바크먼 진영이었다. 6월 말 CNN주최 1차 토론에서 두각을 나타낸 바크먼이 2차 토론을 통해 더욱 약진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장외의 유력 후보인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13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져 향후 공화당 경선은 롬니-페리-바크먼의 3강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에임스(아이오와주)=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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