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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학생 더 힘들게 하는 대부업계 대출 중단

중앙일보 2011.08.13 00:12 종합 30면 지면보기
대부업계가 대학생 대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도 재개하지 않겠단다. 대학생 대출은 대부업계 전체 대출의 1%. 영업에 큰 도움도 안 되는데 대학생 신용불량자 양산의 주범(主犯)이란 비난을 사면서까지 대출할 이유는 없다는 주장이다.



 대부업계의 대학생 대출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대학생은 4만7945명. 1년 새 57%나 늘어났다. 대출 총액도 795억원으로 40% 증가했고, 연체 대출금도 80% 가까이 늘었다.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2007년 3785명에서 2010년 2만6000명으로 급증한 데는 이런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금감원이 대부업계에 대학생 대출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주문한 까닭이다.



 정부 입장에선 선의(善意)였다.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대학생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걸 막아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역설(逆說)이 된다는 건 생각지 못했다. 어제 중앙일보는 한 대학생의 애환을 보도했다. 대부업체에서 1300만원을 빌리는 바람에 월수입 95만원 가운데 이자만 90여만원을 낸다고 했다. 안타까운 사연이지만, 더욱 기가 찬 건 금리가 40%나 되는 대부업체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토로다. 자신도 대부업체가 비싸다는 걸 잘 안다고 했다. 하지만 학자금을 빌려야겠는데, 장학재단과 은행에서 다 거절하는 바람에 기댈 곳이 대부업체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대학생이 그만은 아닐 것이다.



 대부업체마저 대출을 중단하면 이제 갈 곳은 불법 사채시장밖에 없다. 선의의 정책이 오히려 대학생들을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릴 게 분명하다. 정부가 대학생 신용불량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요량이었다면 대부업체를 비난하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장학재단이나 은행과 공동으로 대학생의 학자금 및 생활비 대책을 먼저 내놓아야 했다. 그랬더라면 대학생들은 대부업계조차 찾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은 개선하지 않은 채 대부업계 대출만 중단시키는 바람에 대학생들만 더 힘들게 됐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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