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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신라인의 독도 그리고 서역인

중앙일보 2011.08.13 00:11 종합 31면 지면보기






마동훈
고려대 교수·미디어학부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이 김포공항을 떠났지만 여전히 국민의 우려의 시선은 동해의 고도(孤島)인 독도에 머물고 있다, 세계지도 중 ‘독도’ 단독 표기는 3.9%에 불과하고, 대한민국의 영유권이 표기된 경우는 단 1.5%라고 한다. 전 세계가 다 아니라고 하는 와중에도 사진 한 장 찍기 위해 독도로 달려가는 정치인을 국민은 바라보고 있다. 실력은 쌓지 않고 스펙에만 신경 쓰는 수험생들을 보는 것 같다.



 7세기 말 신라의 한 왕은 죽어서도 한 마리의 용이 돼 왜구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며 동해에 수장(水葬)해 달라고 유언했다. 그래서 그가 묻힌 곳이 경주 감포 앞바다의 문무대왕릉이다. 그의 아들 신문왕이 문무대왕의 명복을 기리고자 지은 사찰이 감은사(感恩寺)다. 지금은 쌍탑과 절터만 덜렁 남아 있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감포 앞바다의 문무대왕릉에서 감은사지까지 용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수로가 설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신라의 통치자는 조국을 지키고자 하는 강렬한 소원과 의지, 분명한 전략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더 이상 확인하기는 힘들지만 그 자체로서 매우 교훈적이다. 지금 우리에게 결여된 것이 바로 이 전략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감은사지에서 불국사를 거쳐 울산 쪽으로 가는 길에 괘릉(掛陵)이 있다. 괘릉은 감은사 축조 약 100년 후대 왕인 원성왕이 묻힌 곳으로 추정된다. 괘릉 입구에는 서역인의 얼굴을 하고 서역의 의상을 갖춘 무인 조각상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당시 당나라를 경유해 바닷길을 거쳐 신라 경주까지 진출했던 서역인은 신라 지배층과 밀접하게 교류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들 중 일부는 신라인과 혼인해 이 땅에 영원히 살게 된다. 왜구의 침략에 시달리며 전의를 불사르던 바로 그 시절에 신라는 다문화사회를 또한 경험하고 있었음이 흥미롭다. 1200년 전 신라인들은 다문화사회에 어떻게 적응해 갔을까?



 독도 분쟁이 매우 명시적인 국제정치의 문제라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당면하고 있는 민족·인종·종교·영토 분쟁은 잠재적이지만 매우 파괴력 있는 문화정치의 문제다. 지난달 노르웨이 사상 최악의 연쇄 테러사건을 기억해 보자. 이는 한 개인의 극단적 과대망상과 사회에 대한 증오심이 부른 매우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분명한 교훈은 ‘톨레랑스(tolerance·관용)’의 한계에 부딪힌 다문화사회의 문제다.



 2009년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약 110만 명에 이른다. 이는 전해에 비해 약 24% 늘어난 수치로 국내 총인구의 약 2% 이상에 이르는 수치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인 약 57만 명(약 52%)은 외국인 근로자이며 약 12만 명(약 11%)이 국제결혼 이민자다. 그 밖에 상사주재원이 약 9%, 유학생이 약 7%, 외국인 자녀들이 약 10%에 이른다. 2011년 현재 우리 사회의 다문화가정 수는 약 15만 가구에 이른다. 이들 다문화가정의 자녀 세대까지 포함하면 최소한 약 20만 명 이상의 다문화가정 구성원이 우리 사회에 살고 있다.



 이제 ‘우리끼리’ 모여 사는 단일민족 중심주의, 순수 혈통주의를 더 이상 강조해서는 안 된다. 조선 후기까지 지속된 소중화 중심주의적인 폐쇄적 민족주의의 편협한 세계관은 일제 식민시대, 전쟁과 복구의 시대, 경제 발전 시대를 거치면서 과도한 순혈주의, 배타적 민족주의의 모습으로 구체화됐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전통이 문화진화론에 기반한 타민족에 대한 이중적 태도와 사회 관습으로 이어졌음이 우려된다. 이러한 징후들이 각급 학교의 교과서, 미디어, 그리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매우 자주 눈에 띔이 걱정이다.



 폐쇄적 민족주의는 이제 다문화주의가 추구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의해 교정돼야 한다. 어렵게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다문화주의 공동체의 이상이 독도 분쟁으로 인해 다시 한번 극단적인 자민족 중심주의의 반격에 상처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은 독도를 사진 관광의 행선지로 삼을 때가 아니다. 국제정치의 영역에서 우리 국토인 독도를 지키는 치밀한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동시에 우리 국토 내에서 다문화 인종·언어·종교가 ‘올바른’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전략을 이야기할 때다. 신라인의 지혜에 문제의 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동훈 고려대 교수·미디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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