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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 한 명 배출에 20억 … 이번엔 기수문화 깨야

중앙일보 2011.08.13 00:07 종합 18면 지면보기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과 동시에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인사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검찰 빅4’ 인사 16일께 윤곽
동기 승진 때 줄사퇴 관행
“이젠 없애야” 공감대 확산

 법무부는 12일 저녁 인사위원회를 열고 22일자로 이뤄질 검찰 간부 인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권 장관은 이날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한 총장과의 상의를 거쳐 조만간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이른바 ‘검찰 빅4’ 등 요직에 대한 인사안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며 인사안은 이르면 16일께 발표될 전망이다.



이번 인사에서 주목되는 것은 승진 대상에서 누락된 검찰 간부들이 검찰의 잘못된 관행인 ‘기수(期數)문화’에 따라 사퇴하는 현상이 재연될지 여부다. 검찰 내부에서는 “줄사퇴는 구태에 불과한 만큼 이번에는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지만 상당수 간부가 자신의 뜻과는 관계없이 옷을 벗게 될 위기에 놓였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는 인사들은 고검장 승진 대상자들인 사법연수원 14기, 15기들이다. 연수원 13기인 한 총장의 바로 밑 기수들이다. 특히 이미 고검장 3명을 배출한 14기들은 남은 고검장 6자리 중 2자리만 배정받게 될 것으로 알려져 비상이 걸린 상태다. 현재 검사장급인 14기 인사는 6명에 이르는데 이렇게 되면 이 중 4명은 승진 대상에서 제외된다. 나머지 고검장 4자리를 차지하게 될 15기 인사들 중에도 승진 누락자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이날 인사위원회에서도 “이번에는 검찰 간부들의 줄사퇴 현상을 막아보자”는 주장들이 적지 않게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수문화를 따지는 검찰의 구태가 국민에게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검찰 내부에서도 이에 공감하는 여론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도 줄사퇴 관행은 철저히 조직 이기주의적인 행태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검사장 한 명을 배출하려면 국민 세금으로 지급되는 20억원 이상의 비용과 수십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그런데 단순히 동기나 후배가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하고, 후배들의 눈총이 부담스럽다고 해서 변호사로 변신해 돈벌이에 나선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현상이 낮은 기수를 검사장으로 발탁해 인적 쇄신을 단행하는 ‘깜짝쇼’를 되풀이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급 승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지는 연수원 19기(1990년 수료) 검사들은 대부분 40대다. 가뜩이나 “너무 어리다”는 지적을 받아온 검찰 간부들의 연소화 현상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현재 검찰 내 최고참 검사인 구본성(59·사법연수원 8기) 서울고검 검사는 “고참 검사들을 길러내려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데 한꺼번에 모두 물러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내부에서 검사장 출신 인사들이 보기 좋게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줘야 하고, 검사들도 소신 있고 보람 있게 일하면서 정년(63세)을 맞는다는 생각들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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