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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전 재정이 경제위기 막는다

중앙일보 2011.08.12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지금 글로벌 위기는 재정의 위기다. 정부가 돈을 펑펑 썼기 때문에 생긴 위기다. 물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탓도 있다. 민간 부실을 정부가 떠맡아 국가부채가 늘어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그리스·이탈리아 등은 오래전부터 재정적자가 누적된 나라들이다. 복지와 낭비가 심했고, 그 결과 국가부채가 급증했다. 세금으로 모자라니 국채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의 국가부채 잔액이 국내총생산(GDP)의 100%, 이탈리아 120%, 그리스 152%나 되는 이유다.



 빚이 많으면 신용을 잃는다는 건 개인이나 나라나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그리스 등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진 이유다. 못 갚을 위험이 높아지면 돈 빌리기는 더 힘들어지고, 이자율은 올라간다. 뒷감당이 안 되니 디폴트(부도) 가능성이 커진다. 경제가 잘 돌아가 소득이라도 많아지면 큰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이 지급 불능의 위기에 빠진 까닭이다. 어디까지 파장이 번질지 가늠조차 안 될 정도로 심각하다. ‘재정적자의 복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엊그제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의 위기를 ‘글로벌 재정위기’라고 규정한 건 타당하다.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도, 내년 예산 편성을 이런 기조 위에서 전면 재검토하라는 지시도 물론 옳다. 하지만 진작 이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지 않은 채 벌였거나 약속한 국책사업이 좀 많았던가. 심지어 국가채무 부담 때문에 공기업을 동원하는 편법도 사용했다. 그랬는데도 국가채무는 최근 4년간 50% 가까이 늘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07년 33.2%에서 올해 35.2%(예상치)로 증가했다. 외국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지만 공기업 부채 등을 감안하면 그리 낙관할 처지가 못 된다. 게다가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가 걱정이다. 복지 제도를 더 늘리지 않고, 지금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고령화 때문에 2050년에는 국가채무가 GDP 대비 200%를 훌쩍 넘는다는 게 정부 전망이다. 그때는 당연히 한국 재정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다. 위기가 일상화되고 경제는 살얼음판을 걸을 게 자명하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지금부터라도 건전 재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건 무상복지 경쟁이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조차 무상보육을 외치고 있는 판국이다. 그렇다고 복지 지출을 줄이자는 건 아니다. 더 늘리되 부자까지 도울 필요는 없다. 또 대형 국책사업 등 정치권의 선심성 개발 공약도 적극 차단해야 한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실천해도 ‘재정의 복수’는 당하지 않을 수 있다. 건전 재정이 경제위기의 재발을 막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사태에서 이것만 배워도 엄청난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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