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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50세 된 전경련

중앙일보 2011.08.12 00:06 경제 8면 지면보기






권혁주
경제부문 기자




2007년 일본 대기업들은 근래 없던 호황을 누렸다. 전년도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이 일본 기업 사상 최초로 2조 엔(약 28조원)을 넘었다. 하지만 여론은 차가웠다. 평균 임금은 되레 뒷걸음질해서다. “대기업들이 돈을 쌓아놓고 풀지는 않는다”는 비판이 넘쳤다. 꼭 요즘 한국 같은 상황이었다.



 이때 “기업들이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외치고 나선 단체가 있었다. 노동단체가 아니라 게이단렌(經團連)이었다.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 같은 단체다. 게이단렌은 “실적 좋은 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해 민간 소비를 늘려야 일본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난다”고 회원사들을 설득했다. 나라 전체의 이익을 생각해 달라는 대승적 차원의 당부였다.



 이것만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직후인 2009년 초엔 ‘일자리 나누기(워크 셰어링·work sharing)’를 하자고 앞장서기도 했다.



 이처럼 게이단렌에는 일관된 철학이 있다. 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그저 2류 이익단체로 전락할 수 있으니 국민의 성원을 얻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게 게이단렌의 신조다. 1945년 설립된 게이단렌은 그래서 60년 넘게 일본 재계의 총본산이며 유력한 경제 정책 제안자로서의 위상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16일로 창립 50주년을 맞는 전경련은 어떨까. 그저 회원사들 이익 지키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이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정책 추진 조짐이 보이면 정부와 정치권에 달려가 설득을 하는 정도다. 급기야 최근엔 주요 그룹들에 “유력 정치인들을 나눠 맡아 로비를 하자”고 권유했던 게 드러나 위신도 땅에 떨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나이 50이 된 전경련이 마치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뭘 원하는지 알아보려고 직접 대화와 소통을 하지 않는 게 원인 아닐까”라고 진단했다. 전임 정주영·구자경·최종현 회장과는 달리 90년대 후반부터 전경련은 국민과의 대화를 소홀히 했다.



 스스로 국민에게서 멀어져 갔고, 힘이 빠졌다. 이제라도 다시 국민에게 다가서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



 한때 국가의 경제 발전을 이끈 단체였고 지금도 그럴 능력이 충분한 전경련이 자칫 평범한 이익단체로 전락해 버릴까 우려하는 마음에서다.



권혁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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