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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강원도 감자전, 일본 스시 이기는 비법

중앙일보 2011.08.12 00:04 경제 8면 지면보기






이우정
넥솔론 대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정확히 30년 만에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아직 이 땅에서 올림픽을 경험해 보지 못하고 책으로만 서울 올림픽을 배워 온 젊은 세대에게는 다시 한번 한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고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겨울스포츠가 발달한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선수와 임원·관람객들, 특히 많은 기자가 취재를 위해 한국을 찾을 것이다.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다. 88년에는 근대화된 공업 한국의 모습을 보였고, 2002년 월드컵이 한국민의 정열을 세계에 자랑한 시간이었다면 이번 겨울올림픽은 우리의 문화를 선보이고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중 하나가 음식이다. 이번 기회에 그간 정부에서 힘써 온 한식 세계화의 결실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음식이란 것은 단지 만들어 보여 주고, 배만 불리는 게 전부가 아니기에 지금부터 세심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찾아오는 손님과 우리 모두 만족하기 어렵다. 음식을 먹는 것은 문화일 뿐 아니라 그 나라의 중요 산업이기도 하다. 산업을 키우자면 투자와 고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투자엔 이익이 따라야 한다. 이익을 내려면 적정한 매출이 나와야 한다.



 현실을 돌아보자. 과연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과 그 주변에 손님들이 편히 한식을 맛보며 우리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손님이 편안히 문화를 즐기는 조건들이 충족되려면 지금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먼저 좌식이 아닌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는지, 공용어인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메뉴의 다양성이 있는지, 고급 호텔 식당 이외에 갈 곳은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할 때다.



 더 어려운 문제는 투자자를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지다. 올림픽 기간을 빼면 주말에야 손님이 몰릴 테니 일주일 중에 이틀 정도 장사하는 꼴이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투자자를 구하기 어렵다. 당연히 직원의 외국어 교육과 접객 서비스, 다양한 음식 개발 등에도 쉽게 투자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시장에만 맡겨 알아서 장래성을 보고 투자하길 기대하긴 무리다. 자원봉사자를 통역으로 쓰자고 한들 무성의하다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억지로 다양한 식당을 끌어다 놓은들 몇 년 후에는 거의 주말용 고깃집으로 변할 것이다. 이윤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싼 인력에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메뉴만 제공하는 식당이 대세를 이룰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과는 어떨까. 단언컨대 그런 음식점들로 평창을 채웠다간 2018년 세계의 이목을 끌기는커녕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음식문화에 대해 투자해야 한다. 그렇다고 전시행정에 급급해 대규모 간이식당을 짓고 식판 위에서 한식을 맛보게 하는 편법은 곤란하다. 음식문화라는 것은 단지 음식 그 자체만이 아니다. 옆사람과의 대화에서 감흥을 얻고 음식의 유례를 알아 가며 그 지역의 의식주가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맛이 두 배가 되고 제멋을 내는 것이다. 올림픽은 축제다. 축제에 어울릴 만한 것은 이미 강원도에 넘친다. 따끈한 감자전에 메밀 동동주 하나만 있어도 축제는 즐거울 수 있다. 거창하고 화려해야 최고는 아니다. 강원도 청정 지역의 작물들도 세계적인 웰빙의 표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에 왔으니 한국식으로 경험하라는 강요는 하지 말자. 우리가 그네들의 시선을 맞추면서 전통성을 잃지 않는다면 초밥을 능가하는 새로운 동양 음식문화를 서양에 전파할 수 있다. 잘 엮어 놓기만 해도 충분하다. 한식으로 세계를 상대로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이우정 넥솔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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