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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롤모델에게서 듣는 진로 조언 디자이너 스티브J·요니P 부부

중앙일보 2011.08.10 03:23 Week& 5면 지면보기
‘Two heads are better than one.(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디자이너 ‘스티브J & 요니P’의 서울 한남동 작업실 곳곳에서 눈에 띄는 문구다. 부부 디자이너 스티브J(정혁서·34)와 요니P(배승연·34)가 패션 디자이너가 되길 꿈꾸는 장세일(인천 인천여고 2)·김연주(서울 영파여고 3)양의 일일 멘토로 나섰다. “인터넷 포털 정보들로는 2% 부족하다”는 장양과 김양이 지난달 20일 오후 스티브J와 요니P 부부의 작업실을 방문해 패션 디자이너의 세계에 대해 물었다.


책 읽고 그림 보고 여행하고 … 패션의 출발은 세상 살피기죠

설승은 기자

황정옥 기자









“영감은 오는 게 아니라 찾아 떠나야 하는 것.” 아이디어 스케치로 가득한 스티브J & 요니P의 작업실을 찾은 장세일(맨 왼쪽)·김연주(맨 오른쪽)양. [황정옥 기자]







▶연주=디자이너의 실제 생활이 궁금하다.



▶요니P=대답을 들으면 환상이 깨질 텐데. 디자이너니까 디자인만 할 것이라고들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 일의 핵심인 디자인은 정작 양으로 따지면 전체 일의 20%밖에 안 된다. 나머지 80%는 세일즈나 홍보 같은 사업적인 일이다. 디자인만 하면 정말 좋겠지만 우리가 만든 옷을 팔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 계약을 따기 위해 옷을 싸들고 해외를 돌 때는 꼭 보따리장수가 된 느낌이다. 주문받은 옷을 만들고 박스 포장을 해서 보내는 일도 한다. 고강도 육체노동이다. 화려함만 보고 패션업계에 발을 들인 사람들 가운데 중도 포기자도 많다. 하지만 디자인을 사랑한다면 나머지 일도 즐겁게 해낼 수 있다.



 ▶세일=늘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게 쉬울 것 같진 않다. 영감은 어디서 떠올리는지.



▶스티브J=사실 영감이 기다린다고 오는 게 아니다. 우연도 한두 번이다. 영감은 찾아 떠나야 하고, 만들어 내야 한다. 이 부분이 정말 치열하고 힘들다. 여행도 가고 그림도 보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찾아본다. 친구들도 많이 만난다. 늘 더듬이를 곤두세우고 세상의 트렌드를 살핀다.



▶요니P=하나의 컬렉션이 끝나면 푹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다음 시즌을 위한 영감을 찾아다니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끊임없이 새로운 영감을 받아 작품으로 풀어내는 게 디자이너의 숙명이다.



▶세일=입시 미술을 배우면서 가끔 ‘나중에 패션 디자인을 할 건데 석고 데생이 과연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스티브J=나도 고교 때 입시 미술을 했다. 하지만 이때 잘 닦아둔 회화 실력이 디자인할 때 도움이 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패션 디자인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깊이 있는 디자인은 탄탄한 이론과 실기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연주=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중요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요니P=나만의 정체성, 아이덴티티를 갖는 것이다. 사람들은 유행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요즘 프린트 디자이너가 돈을 잘 번다더라’처럼 좀 잘된다 싶은 분야로 몰려든다. 그 분야에 맨 처음 자리 잡은 사람은 인정을 받겠지만 그를 따라 우르르 몰려간 사람들은 팔로어밖에 안 된다. 남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라.



▶세일=대학 졸업 후 해외 유학을 고려하고 있다.



▶요니P=넓은 세상에 나가 다양한 패션을 접하면서 사고의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은 유학의 장점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미국 파슨스가 뜬다 싶으면 그리로 확 몰리고, 벨기에 앤트워프가 뜬다 싶으면 그 학교로만 유학을 간다. 나라마다, 학교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심플한 미국 스타일을 가진 친구가 톡톡 튀는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영국으로 가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학교를 결정할 땐 대세를 따르기보다 먼저 자신의 스타일을 따져라.



▶스티브J=하나 더 명심할 것이 있다. 유학이 성공의 보증수표가 될 거란 생각은 버려라. 유학파가 없던 시절에나 통하던 오래된 얘기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빨리 구축해서 성공한 순수 국내파 디자이너도 많다.





디자이너 스티브J·요니P는



차세대 디자이너로 주목받는 부부. 한성대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정씨는 영국 세인트 마틴에서, 배씨는 런던 패션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에는 독자 브랜드 ‘스티브J & 요니P’를 시작했다. 패션잡지 ‘보그’의 칼럼니스트 율 데이비스가 꼽은 주목할 만한 100인의 디자이너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4월 열린 서울 패션위크에서 가장 많은 주문을 받은 디자이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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