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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경 사장 “차라리 내가 피고인석 앉았으면 …”

중앙일보 2011.08.10 01:24 종합 18면 지면보기



법정서 만난 오리온그룹 회장 부부



담철곤 회장



9일 오후 5시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 424호. ‘부부 경영’으로 유명한 오리온그룹 담철곤(56) 회장과 부인 이화경(55) 사장이 법정에 함께 섰다. 하늘색 미결수복을 입은 남편은 피고인석, 검은 바지정장 차림의 부인은 증인석이었다. 지난 5월 26일 ‘오리온 비자금’ 사건으로 담 회장이 구속된 지 75일 만이다.



 ▶이화경 사장=(증인 출석은) 힘든 결정이었다. 주변에서 말렸지만 저 때문에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증언을 결심했다. (울먹이며) 남편은 피고인석에, 저는 증인석에 있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프다….



 담 회장은 아내가 진술하는 30여 분 동안 고개를 숙인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꾹 참는 듯했다. 그러나 아내가 결혼 과정과 기업을 승계받은 후의 어려움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자 그도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이화경 오리온 사장이 9일 담철곤 회장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장=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회장이 제 선친이다. 딸만 둘인데 담 회장이 화교 3세라는 이유로 집안에서 결혼을 많이 반대했다. 먼 미래에 중국 시장이 열리게 되면 이 사람의 가치가 발현될 거라고 설득했다. 1989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언니 부부와 함께 갑자기 회사를 맡게 됐다. 만 34세에 그룹 부회장이 된 남편은 ‘부인 하나 잘 만난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홀로 서기’를 통해 검증받지 않으면 안 됐다. 화교 출신에 대학을 미국에서 나와 혈연·학연·지연마저 없었다.



 이 사장은 담 회장이 해외 인맥과 외국어 실력 등을 활용해 어떻게 회사를 세계 60개국 진출로 이끌었는지 빠른 말투로 거침없이 설명했다. 그는 “담 회장 구속으로 일본·중국·베트남·러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했다.



 ▶이 사장=‘35g의 외교관’ 초코파이로 대한민국의 정을 세계에 전할 수 있다. 그런데 해외 부문을 전담했던 담 회장을 대신할 사람이 없다. 차라리 내가 저 자리(피고인석)에 있으면 지금 오리온에는 도움이 될 텐데…. (이 사장도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으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정황이 없고 ▶그룹 회장과 사장이 동시에 구속될 경우 경영공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입건유예됐다.)



 이 사장은 “담 회장만 경영에 복귀된다면 내 모든 것을 걸고 정말 열심히 하겠다”며 “기업인은 기업의 성장을 통해 속죄받을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사장은 ‘부부 경영’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창업주의 딸이자 대주주인 내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신규 사업 분야는 전적으로 맡아 경영했기 때문에 담 회장은 회장으로서의 권한을 충분히 쓰지 못했다”며 “남편이 소외감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회사 돈으로 구입한 미술품 집에 두는 건 관행”=이날 재판에서 “회사 돈으로 구입한 미술품을 기업 대표가 자택에 두는 것은 관행”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옥션·K옥션 대표를 역임한 미술품 거래 전문가 김순응(58)씨는 “고가의 미술품은 오랫동안 곁에 두고 감상한 후 구매를 결정한다”며 “ 기업 대표가 회사 자금으로 구입한 미술품을 그의 집에 직접 걸어준 적이 있지만 프라이버시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인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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