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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20% 내린 한우 10만원대 알뜰세트 쏟아진다

중앙일보 2011.08.10 00:24 경제 9면 지면보기



폭우·태풍이 흔든 추석선물 시장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롯데백화점 본점에 설치된 추석선물 예약판매장의 모습. 올해는 12일 설치된다. 지난해에 비하면 3일 늦어진 것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추석이 열흘 이상 빨라져 예약판매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최보연 과일 담당 MD는 9일 전남 나주에 있었다. 태풍 ‘무이파’로 배 농가의 약 20%가 낙과 피해를 봤다는 소식을 듣곤 한걸음에 달려갔다. 추석 선물세트용 배를 납품하기로 한 농가 상황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그는 “올해는 추석이 예년에 비해 빨리 찾아와 과일이 충분히 익지 못했다. 여름 내내 폭우에 시달렸는데 태풍까지 덮쳐 물량을 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상 기후와 구제역 파동이 장바구니 물가에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다. 명절 선물세트 시장도 바꿔놓았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추석이 열흘 이상 일러 변화 폭이 컸다.













 ◆과일·굴비 지고=롯데백화점은 올 추석에 판매할 사과·배 세트의 가격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가격이 워낙 오른 데다 최근 태풍까지 닥쳐 값을 가늠하기 힘들어서다. 롯데백화점 측은 “한번 정하면 그 가격으로 한 달 이상 팔아야 하는데 과일 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어 섣불리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품 카탈로그에마저 가격을 ‘시세 기준’이라 적은 이유다.



 이처럼 올 추석 선물세트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과일의 몰락’이다. 추석 선물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단연 햇사과와 햇배다. 그런데 올해는 상품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알이 굵은 과일’을 찾아내는 건 더 어렵다. 선물용은 대과(大果)가 아니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 유통업체 과일 담당 MD들은 유명 산지가 아닌 곳까지 뒤지며 발품을 팔고 있다. 재배 시기에 맞춰 품종을 바꾸는 전략도 나왔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사과는 수확 시기가 가장 빠른 홍로를 100% 사용한다. 배는 하우스 신고배를 50~60%가량 혼합해 사용하다 9월 이후부터는 노지에서 재배한 신고배를 쓸 계획이다.



 지난 설 때 구제역으로 반사이익을 봤던 굴비 선물세트의 인기도 시들해질 듯하다. 값이 1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올 초 이상기온으로 인해 어획량이 감소한 까닭이다.



 ◆한우는 뜨고=한우는 명절 선물 시장의 스테디셀러다. 하지만 지난 설 땐 판매량이 급감했다. 구제역 때문이었다. 이번 추석엔 사정이 다르다.



 과일·굴비 같은 주요 선물 품목들의 값이 오른 가운데 한우만 유독 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우는 돼지에 비해 구제역 피해를 덜 본 데다, 거부감으로 소비가 줄어 가격이 20% 이상 내렸다.



 물론 아무리 값이 떨어졌다 해도 한우는 고가 선물이다. 그래서 나온 게 10만원대 한우세트다. 불고기·국거리·산적·장조림 등 다양한 요리에 쓸 수 있으면서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부위들로 구성해 가격을 맞췄다. 일명 ‘실속세트’‘알뜰세트’가 쏟아지면서 각 유통업체가 취급하는 한우 물량도 30~40% 늘었다.



 ◆예약 판매도 늦어져=명절 30~35일 전쯤 시작하는 예약판매는 사실 매출이 크지 않다. 그러나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기 전 분위기를 띄우는 몫이 크다. 하지만 올해는 그 시기가 예년에 비해 4~5일 이상 늦어졌다. 이번 주 들어 한두 업체가 예약판매를 시작했지만, 그나마 ‘예고’만 하고 정작 판매는 주말 이후로 미룬 상황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12일, 현대백화점은 아예 광복절 연휴가 끝난 16일부터 예약판매에 들어간다. 시작 시점이 늦어진 만큼 판매 기간도 짧아졌다.



 이 역시 ‘이른 추석’과 관련이 있다. 예약 판매를 시작해야 할 때가 휴가철과 맞물려버린 것이다. 지난달 말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사람들이 휴가를 미루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롯데백화점 측은 “통상 이 즈음엔 가장 좋은 자리에 추석 상품 매대를 설치하는데 올해는 그 자리에서 여름용품을 파는 게 매출에 더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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