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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재정건전성은 숙명이다

중앙일보 2011.08.10 00:22 경제 8면 지면보기






김교식
조세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며칠 후면 66주년 광복절이다. 국민들은 60여 년 전과 크게 달라진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지켜보며 뿌듯한 마음으로 광복절을 맞이할 것이다. 특히 해방 전에 태어나 일제, 6·25, 산업화시대, 민주화시대를 겪으면서 묵묵히 일터를 지키며 살아오신 분들의 감격과 자부심은 남다를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런 경제발전 과정에서 가장 큰 고비는 역시 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그때마다 불굴의 의지와 단합된 모습으로 위기를 극복해 냈고, 경제체질도 한 단계씩 강화됐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공적 자금 169조원을 투입했고,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총 67조원의 재정지출과 감세정책을 통해 일자리창출과 취약계층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교과서적인 경기회복’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해 냈다. 이 모두가 재정이 건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세계경제는 다시 한번 가시밭길에 들어섰다. 문제는 2008년과 달리 이번에는 주요국의 거시정책 여력이 소진되었다는 점이다. 부실재정이 촉발한 경제위기이다 보니 풀 돈도 없고, 수습책을 도출해낼 글로벌 리더십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유사시 정책수단으로서 재정’의 운용 여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2008년에 비해 외환보유액, 외채의 만기구조, 경상수지, 신용등급, 대외공조능력 등 대외건전성 지표와 여건들도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 재정이 나가야 할 방향, 즉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작동하느냐는 점이다. 세계경제의 시계가 제로인데도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쏟아내는 각종 복지공약 중에는 우리의 재정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내용들이 적지 않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기 때문에 잠재성장률은 떨어지는 반면 복지비용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통일비용도 준비해야 한다.



 이 같은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에게 재정건전성은 숙명적으로 지켜나가야 할 과제인 셈이다.



 우리 재정이 이만큼 건전하게 관리된 데는 예산 당국의 공이 크다. 각 부처의 세출 증가를 억제하고, 재원조달 방안이 있어야만 신규 사업을 지원하는 등 곳간지기의 역할을 비교적 충실하게 해냈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회도 일정한 규율 하에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세연구원의 연구와 같이 정부를 포함한 각계 전문가의 참여 하에 ‘장기재정전망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지금은 기획재정부에서 5년 단위의 중기재정전망을 수립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30년 이상의 장기적인 재정전망을 작성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국회 내에서 여야 합의 하에 장단기 재정 관리 목표를 수립하고, 복지지출은 물론 연금 등에 대한 제도개선과 장기적인 세원확충 방안 등이 논의돼야 한다.



 바로 올해 정기국회에서 이러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이번 글로벌 재정위기와 정기국회에서는 정치권이 국민경제를 위해 함께 뛰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의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



김교식 조세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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