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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STX “룰 바꾸지 마라” 반발 … 하이닉스 매각 또 논란

중앙일보 2011.08.10 00:12 경제 6면 지면보기



신주발행 놓고 채권단과 신경전





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신주 발행에 대한 엇갈린 시각 때문이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지난 6월 보유 중인 15% 지분(구주)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매각한다는 공고를 냈는데 ‘회사가 발행하는 신주의 인수를 매각 대상 주식의 매각과 병행한다’는 문구가 불씨가 되고 있다.



 신주 발행을 구주 인수와 병행하면 신주 비율만큼 현금이 하이닉스에 유보돼 인수 후 추가로 시설 또는 연구개발(R&D)에 투자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세 차례나 무산됐던 하이닉스 입찰에 SK텔레콤과 STX가 뛰어든 것도 이처럼 과거에 비해 조건이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인수기업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을 막아 주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유인책이었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서는 채권단이 신주 발행을 안 하고 구주를 많이 인수하는 입찰자에게 회사를 넘길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구주만 매각 대상에 오를 경우 인수기업이 지불한 대금은 회사에 쌓이지 않고 채권단이 전부 나눠 갖게 된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두 기업은 곧장 반발했다. 신주 발행을 통해 하이닉스의 재무구조 개선과 장기적 발전이 이뤄지도록 추진하겠다는 당초 취지는 없고, 구주를 비싸게만 팔겠다는 의도를 명확하게 보여 줬다는 것이다.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한 회사 측은 “과거 채무를 지분으로 전환한 채권단이 최고 8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수시로 시장에서 지분을 매각하면서 4조9000억원의 원금을 모두 해소했다”며 “이제부터 매각하는 지분은 모두 수익이 나는 것이므로, 신주 발행을 안 한다는 것은 인수전이 채권단의 ‘머니게임’으로 변질됐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 채권단의 일원인 한국정책금융공사가 민간 은행보다 더 구주 매각에 적극적이라고 성토했다. 산업은행에서 분리된 2009년 이후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정책금융공사가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서 구주 매각을 구체화하고 수익구조 개선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수를 희망한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입찰참여 기업들의 참여 명분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인수 희망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자 하이닉스 채권단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하이닉스 매각은 채권단 구주 매각뿐만 아니라 신주 발행을 병행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최근의 소문을 공식 부인했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신주 발행을 불허한다는 일각의 소문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신주 발행을 위해서는 하이닉스반도체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만큼 회사와 깊이 있게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 또한 보도자료를 통해 “하이닉스 이사회가 신주 발행을 하지 않겠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신주 발행에 대해 채권단은 소극적인 편이다. 채권단의 한 인사는 “신주 발행은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한 기업이 인수 이후 이사회를 통해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맞섰다. 이에 대해 인수 희망 기업들은 “신주 발행으로 손님을 끌어 놓고 이제 와 구주 위주로 ‘게임의 룰’을 바꾸려 한다는 점이 문제”라며 “제대로 된 주인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반도체 국부론’을 강화시키겠다는 당초의 매각 취지대로 추진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SK텔레콤과 STX는 현재 하이닉스에 대한 예비실사를 진행 중이다. 채권단은 “9월 중순 이후 본입찰을 실시해 연내에 인수합병(M&A)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재우·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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